
2025년 5월 국가데이터처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취업 경험자의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퇴직 사유는 사업부진ㆍ조업중단ㆍ휴폐업(25.0%)이 가장 많았고, 이어 건강(22.4%), 가족 돌봄(14.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겉으로 보면 비슷한 흐름처럼 보이지만, 이를 성별로 나눠 보면 양상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남성의 은퇴 사유로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이 27.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정년퇴직이 21.8%로 뒤를 이었습니다. 일할 의지가 남아 있어도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거나 제도적으로 퇴장이 결정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경기 변화의 충격은 더 직접적으로 작용합니다. 매출 감소, 임대료 부담,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변수들이 누적되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소득 단절과 은퇴로 연결됩니다. 한 번 시장에서 밀려난 이후 재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창업 실패 이후 재취업이나 재창업으로 이어지기보다 그대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경우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은퇴 사유로 건강 문제(26.6%)와 가족 돌봄(25.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적 요인보다 생활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돌봄은 여성의 노동 이탈을 앞당기는 핵심 변수로 나타납니다. 가족 돌봄 때문에 일을 그만둔 평균 연령은 39.7세로, 다른 사유에 비해 현저히 이른 시점입니다. 이는 경력이 한창 이어져야 할 시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조기 퇴장'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여성의 은퇴는 '일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일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봄 공백과 건강 부담이 겹치면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입니다.

이 같은 차이는 은퇴 시점에서도 드러납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남성 55.0세, 여성 51.1세로 여성의 이탈이 약 4년 더 빠릅니다. 단순한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결국 같은 ‘은퇴 통계’라도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성은 폐업 이후 재취업과 소득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여성은 돌봄 부담 완화와 건강 관리 등 노동 지속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은퇴는 더 이상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같은 출구로 보였던 은퇴, 그 안에서는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