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400조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공모가와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흥행의 핵심 변수였다면, 최근에는 상장 이후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과 ETF를 통한 수급 기대까지 초기 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가총액은 15일 종가 기준 404조2229억원으로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다. ETF 시장은 2023년 6월 100조원, 2025년 6월 200조원, 올해 1월 300조원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이달 400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버스 제외) 시가총액도 지난해 8월 말 21조원에서 지난달 50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형 IPO 종목이 지수에 편입될 경우 뒤따르는 패시브 자금의 규모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실제 지수 편입 기대가 대형 IPO 종목의 상장 초기 수급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나타났다. 2024년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직후부터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이 시장 주요 관심사로 거론됐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2025년 6월 대표지수 정기변경에서 실제 코스피200 편입 종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형 IPO의 상장 이후 지수 편입 기대가 수급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형 신규 상장 종목의 지수 편입이 수급 변수로 부각되자 한국거래소도 대표지수 편입 기준을 손질했다. 2024년 11월부터 신규상장 종목의 특례편입 요건에 유동시가총액 기준을 추가하고, 상장 6개월 이내 종목은 대형주 특례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동주식이 적은 초대형주의 조기 편입에 따른 수급 과열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거래소의 제도 보완과는 별개로 지수 편입 기대를 활용하려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대형 IPO 가능성까지 상품 설계와 마케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스페이스X 상장 시 최대 25% 비중으로 편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강조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도 스페이스X 상장 기대를 주요 투자 포인트로 내세웠다.
관건은 올해 하반기다. 대어급 IPO가 줄줄이 대기한 가운데 ETF 시장이 커질수록 대형 상장 종목을 둘러싼 시장 시선도 '어느 지수에, 얼마나 빨리 편입될 수 있느냐'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수 편입 기대가 상장 초기 흥행 재료가 되더라도,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오버행과 공매도 가능성도 뒤따른다는 점에서 지수 편입은 호재이자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IPO의 경우 상장 이후 지수 편입 가능성과 예상 패시브 자금 규모를 미리 따져보는 게 중요해졌다"며 "다만 편입 기대가 상장 초기 주가를 끌어올릴수록, 이후 수급 공백 가능성까지 고려한 유통물량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