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운동장 일대 35만㎡ 재편…연내 착공 목표·2032년 완공 추진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로 나서자 잠실야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특유의 활기와 열기가 감도는 분위기다. 퇴근 시간 무렵 찾은 이곳은 저녁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40여 년간 서울을 대표해온 스포츠·문화 중심지의 풍경이다.
이 일대는 머잖아 다른 차원의 도시 풍경으로 바뀔 전망이다. 총 사업비 3조3000억원 규모의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파크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이 협상 단계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을 목표로 후속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는 돔야구장과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업무·상업시설을 갖춘 '글로벌 스포츠·문화 허브'로 탈바꿈한다.
MICE는 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를 아우르는 산업을 뜻한다. 대형 행사 참가자들의 체류와 소비를 흡수하는 구조여서 전시장과 회의시설뿐 아니라 호텔, 상업시설, 교통 인프라가 함께 조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사업은 올해 착공,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잠실 스포츠·MICE 파크 복합공간 조성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재편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서울시가 코엑스부터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잇는 199만㎡ 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핵심 축을 맡는 사업이기도 하다.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한화 건설부문을 주간사로 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 스마트 마이스파크’(가칭)가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 약 3조3000억원을 부담하는 대신 준공 후 40년간 시설 운영권을 갖는 구조다. 한화그룹과 HDC그룹, 하나금융그룹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구상한 복합단지의 면모는 '도시 안의 도시' 수준이다. 핵심 시설은 국내 최대 규모인 3만석 돔야구장이다. 이 돔구장은 프로야구 시즌에는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홈구장으로 활용되고, 비시즌에는 대형 공연과 글로벌 투어 이벤트를 수용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국제농구경기 유치가 가능한 1만1000석 규모 스포츠콤플렉스가 함께 조성돼 서울 SK와 서울 삼성 농구단의 홈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프로야구 경기 관람을 즐긴다는 민서영(30) 씨는 “경기 직관을 가는 날 비 예보가 있으면 우천 취소부터 걱정해야 했는데, 돔구장이 들어서면 그런 변수 없이 훨씬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경기 보고 밥 먹고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면 이 일대 매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ICE 시설 규모도 압도적이다. 서울 최대 규모인 전시 8만9000㎡, 컨벤션 1만9000㎡가 들어서고 이를 뒷받침할 숙박시설은 총 841실 규모로 계획됐다. 전시·컨벤션과 연계한 5성급 호텔 288실, 돔야구장과 연계한 4성급 비즈니스호텔 306실, 업무시설과 연계한 4성급 레지던스호텔 247실로 구성된다. 여기에 연면적 11만㎡ 규모 상업시설과 약 20만㎡ 규모 프라임 오피스가 더해진다. 서울시는 도심항공교통(UAM) 버티포트 도입 구상까지 담아 이 일대를 스포츠·전시·숙박·업무가 한 번에 작동하는 미래형 복합도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도시공간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서울시는 단지 내 차량 운행을 전면 지하화하고 지상은 녹지와 여가가 어우러진 보행 중심 공간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코엑스에서 탄천, 잠실 MICE 단지를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보행축이 조성되고 잠실 주경기장 전면에는 ‘올림픽 광장’이 들어선다. 탄천변 노상주차장은 수변공간으로 재편되며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은 지하화해 상부에 덮개공원을 조성한다. 서울시는 이 일대 녹지 면적이 서울광장의 28배 수준인 37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은 오랜 지연 끝에 최근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잠실 MICE 개발은 2007년 ‘잠실워터프론트 개발구상’에서 출발했지만 금융시장 경색과 공사비 급등, 제도 변경 필요성 등이 겹치며 장기간 지체됐다. 전환점은 지난달이었다. 서울시는 우선협상대상자와 4년간 총 160회 협상을 거쳐 실시협약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총 사업비는 2016년 기준 2조7000억원에서 자재·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 3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잠실 일대의 위상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이 진행 중이고,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강남권 개발의 무게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종합운동장역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잠실은 그동안 잠실역과 롯데월드타워 쪽이 상대적으로 강한 축이었는데, 마이스 개발이 이뤄지면 종합운동장역과 잠실새내역 쪽 체감가치도 재평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일대 상시 유동인구가 만들어지는 구조라 상권과 주거 선호도 모두 넓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 일대 주요 단지들의 집값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새내역 인근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대단지들은 MICE 개발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단지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98㎡는 2월 4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다. 1년 전 같은 면적이 3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7억5000만원이 올랐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역시 지난 2월 42억47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美 IAU 교수)은 “과거에는 강남의 핵심을 반포 등 서초권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지만, 최근 대형 개발사업은 삼성동과 그 인접지에 집중되고 있다”며 “GBC와 교통 호재, 잠실 MICE가 맞물리면서 잠실까지 개발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실역 일대 신축과 잠실새내역 인근 MICE 수혜가 함께 작동하면 특정 블록이 아니라 잠실 전체의 위상이 올라가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