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금융감독원 퇴직 임원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으로 내정하는 관행을 '인사 농단'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17일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임기가 만료된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후임 선임과 관련해 지난 9년간 반복된 낙하산 인사 관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파생상품시장이 자본시장의 위험 회피와 유동성 공급 기능을 수행하는 '자본시장의 혈관'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수장직이 그동안 파생상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감원 고위 임원의 '보상성 지정 좌석'처럼 운영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수리통계학 및 금융공학에 기반한 고도의 전문성과 오랜 실무 경험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왜곡된 인사 관행의 배경으로는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와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 권한이 지목됐다.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의중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인사 자율성이 제약되고 있으며, 등기임원 후보추천 절차 또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노조는 이번 인사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및 '관피아' 개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감독기관이 타 기관의 인사 적폐는 비난하면서 자기 조직 출신을 피감기관 요직에 순환 배치하는 행태는 '자기부정'이자 '내로남불'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해외 선진 거래소와의 비교를 통한 전문성 부재 문제도 제기됐다. 북미 CME 그룹의 테렌스 더피 회장이 최하위 직무인 '러너(Runner)'부터 시작해 회장직에 오른 사례나, CBOE, Eurex 등이 수십 년 경력의 파생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특정 집단의 '퇴직 후 안착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의 즉각 중단과 함께 선임 과정의 전면 공개 및 객관적인 검증 절차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만약 전문성 검증 없는 인사가 강행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일의 장내 파생상품 취급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금감원 퇴직 임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며 "이들은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음에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선임되어 3년간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기득권을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선진 거래소인 CME나 Eurex 등은 파생상품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외길 인생' 전문가들이 CEO가 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파생상품을 단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인물이 수장으로 오는 독특하고 전근대적인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