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플랫폼은 '소득세 인증' 무기로 가장 안전한 데이팅 앱으로 인기
"국영 기업 지원 시 블랙리스트 오를 수도" 플랫폼 오남용 경고 잇따라

중국의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구직자들이 데이팅 앱을 취업 창구로 활용하고 반대로 구인·구직 플랫폼이 데이트 앱으로 쓰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NBC 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16~24세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앱의 본래 용도를 뒤바꿔 쓰는 사례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6~24세 청년 실업률(학생 제외)은 올해 2월 기준 16.1%다. 2023년 6월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한 뒤 당국이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 학생을 제외했지만, 이후에도 14~18%대를 오가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22만 명이 대학을 졸업하며 실업률이 18.9%까지 치솟기도 했다.

좁은 취업 문에 가로막힌 청년들이 눈을 돌린 곳은 틴더 등 데이팅 앱이다. 상하이의 대학원생 제이드 리앙(26)은 400곳이 넘는 기업에 온라인으로 지원했지만 성과가 없자, 틴더에서 IT 업계 종사자를 골라 오른쪽으로 밀어 네트워킹을 시도하고 있다. 리앙은 NBC 뉴스에 "매칭되면 의도를 분명히 밝힌다"며 "대부분 호의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틴더는 중국 본토에서 차단된 앱이다. 그런데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오히려 해외 유학 경험자나 외국계 기업 종사자가 많아 '질 높은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소문을 탔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는 "데이팅 앱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면접관이 어떻게 공석을 알았느냐고 물으면, 틴더요"라는 밈도 퍼졌다.
배경에는 서양권 직장인 네트워크 서비스의 공백이 있다. 구인·구직 네트워크 플랫폼 링크드인은 2023년 8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후 마땅한 전문직 네트워킹 창구를 잃은 구직자들이 데이팅 앱의 빠른 정보 교류 방식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반대 방향의 변화도 일어났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채용 플랫폼 보스즈핀(BOSS直聘)의 모회사 간준(看准)은 지난해 10월 자사 이름을 딴 데이팅 앱 '간준'을 출시했다. 하루에 무작위로 10명의 프로필 카드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상대방이 동의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일반 데이팅 앱과의 차별점은 검증 수준이다. 소득세 납부 증명서를 제출해 수입을 인증해야 하고, 학력과 직업, 재산이 엄격히 확인된다. 감정보다 조건이 중요해진 시대에, "속을 위험이 적고 확실한" 소개팅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앱 활용 방식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틴더 대변인은 NBC 뉴스에 "틴더는 사업이 아닌 개인적 관계를 위한 공간"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플랫폼에서 사업을 홍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항저우에서 헤드헌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로미 리우는 데이팅 앱을 통한 구직이 지원자의 사교력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보수적인 국영 기업의 경우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구직자를 영구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팅 앱에는 신원 검증 장치가 부족해 채용을 빙자한 사기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다. 실제 연애 상대를 찾는 일반 이용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웨이보에는 "소개팅 앱에서 취업 활동을 한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더 이상 상대방 프로필의 어떤 말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 사이에서 이른바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과 '바이란(摆烂·썩어가도록 내버려두기)' 같은 자조적 흐름이 퍼진 데 이어, 이제는 앱의 용도마저 뒤집는 새로운 생존법이 등장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