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화 J&L인사노무컨설팅 대표·공인노무사

왜 승진하지 못하면 퇴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기업 인사구조의 고질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한국 기업 대다수는 직무나 역할의 변화와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직급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연공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고직급 인력이 늘어날수록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기업은 결국 조직의 활력을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숙련된 인력을 밀어내며 균형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승진 아니면 퇴출’ 식의 노무관리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는데, 조직은 여전히 “임원을 못 달면 떠나라”는 낡은 문법을 고수할 수 있을까? 이는 국가적으로도 숙련된 인적 자본의 막대한 손실이자, 기업 입장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악수(惡手)다.
이제는 승진 중심의 인사제도를 ‘역할과 직무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할 때다. 승진이 조직 내 유일한 성공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김 부장이 임원이 되지 않더라도, 그가 25년간 체득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프로젝트 리더십’, ‘후임 양성’, ‘기술 전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에 기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연공 서열에서 벗어나 ‘중고령자 적합 직무’를 개발하고, 생애주기에 맞춘 유연한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구축해야 한다. 숙련된 시니어가 조직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 이것이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한 우리 기업들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드라마 속 김 부장의 퇴장이 단순히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닌 우리 사회 인사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엄중한 경고로 읽혀야 하는 이유다. 장정화 J&L인사노무컨설팅 대표·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