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대란’ 우려, 당분간 이어진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 법률) 시행 이후 기업들이 원·하청 교섭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섭에 응하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선례 부담이 생기고,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나 장기 소송 리스크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법이 규정한 ‘사용자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현장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10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란봉투법 시행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7%는 “사용자 범위 확대에 따라 법적 갈등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다. 사용자성은 원청이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으로, 개정안은 하청 및 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 범위를 원청 기업까지 확대한 것이 골자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관련 판례가 축적되지 않아 기업들은 대응 기준을 잡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법 해석을 둘러싼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조석영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는 “사용자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노동위원회를 찾아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교섭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성을 섣불리 인정하기도 부담이다.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 A 씨는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임금 인상, 고용 안정, 직접고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교섭에 나서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고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 필요성도 압도적으로 제기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99%가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시행 유예 63.6%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경영상 판단 기준 명확화 43.4% △사용자 개념 명확화 42.4% 등이 꼽혔다.
문제는 산업별로 노동 관계 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정보기술(IT)·플랫폼 업계로 논란이 확산되면서 ‘업종별 특수성’ 미반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제조업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반면, 플랫폼 산업은 프리랜서, 위탁 계약, 수수료 기반 구조 등 다양한 형태가 혼재돼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스스로를 중개자로 규정해 왔지만, 노동계는 알고리즘 운영, 수수료 구조, 업무 배분 방식 등을 근거로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제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변호사는 “건설노조는 소속과 요구가 다양하고, 제조업은 불법파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는 등 업종별로 리스크 구조가 다르다”며 “IT·플랫폼 분야는 아직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기보다는 판례 형성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