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적용 분야도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술 경쟁이 아닌 수익 구조가 의료 AI 확산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미국 정책 연구기관인 바이파티즌 폴리시 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AI 기반 의료기기는 약 1450개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보험 청구(CPT 코드 기반)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보험 청구가 1만 건 이상인 제품은 HeartFlow FFRCT Analysis와 LumineticsCore 등 2개뿐이었다.
1000건 이상 청구된 제품도 4개에 그쳤으며 대부분의 AI 의료기기는 5년간 누적 사용량이 2300건 이하로 나타났다. 사실상 허가 제품의 상당수가 실제 임상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은 기술력보다 지불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다수의 의료 AI는 보험 보상이 제한적인 CPT Category III 코드에 머물러 있어 병원 입장에서 도입 유인이 낮다. 의료기관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임상 정확도뿐 아니라 수익 기여도, 진료 영향, 추가 비용 대비 효과 등을 함께 고려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술 완성도가 높더라도 사용 확대는 어렵다.
국내 상황도 유사하다. 최근 생성형 AI 의료기기가 품목허가를 받고 다수의 AI 의료기기가 현장에 도입됐지만 의료 AI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보험 수가는 임상적 유효성뿐 아니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더라도 병원 운영 비용 절감이나 환자 치료비 감소 등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수가 진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플랫폼 구독 모델과 차별화된 리포트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건강검진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진료 영역은 보험 수가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되지만 건강검진은 직접 지불 구조가 가능해 AI 기술을 상품화할 수 있어서다. AI 분석 결과를 수검자에게 제공하는 리포트 서비스는 검진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병원 수익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코어라인소프트 등은 병원과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건강검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어라인소프트는 건강검진 사업팀을 신설하고 AI 분석 리포트를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AI가 병원의 비용이 아닌 ‘수익 항목’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과 국가 단위 표준화가 필요하다. 단순 공급자를 넘어 국가 검진 체계의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고 판독·품질관리(QA)·리포팅·추적 관리 등을 통합 지원하는 플랫폼을 통해 병원 워크플로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