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빠진 건설업...“생존 해법은 AI, 핵심은 ‘데이터 구축·규제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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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공공데이터 파편화·낡은 법제가 발목 잡아"
국토부 "AI 건설 특별법 등 새로운 접근 필요"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 2.0: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과 AI 시대 대전환’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장기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가 생존 해법으로 인공지능(AI)을 꺼내 들었지만 정작 산업 전환의 핵심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데이터 생태계 구축과 낡은 규제 정비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설업의 AI 전환이 단순한 스마트기술 적용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제도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 2.0: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과 AI 시대 대전환’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손태홍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건설업이 업역 분절과 거버넌스 파편화, 저가 수주 중심 구조, 혁신 투자 부족 등 복합적인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산업이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을 떠받치는 핵심 산업임에도 산업 내 연결성과 생산성, 신뢰가 동시에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손 연구실장은 또 건설업을 단순 시공업이 아니라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봤다. 건설 생태계가 연 총공급액 1910조원, 취업자 803만명 규모의 국가 경제 플랫폼임에도 건설수주와 건축착공면적, 건설기성, 건설투자 등 주요 지표가 동반 악화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 위기의 원인으로는 분절된 산업 구조와 데이터 단절, 현장 중심의 경험 의존 구조가 지목됐다. 프로젝트 단위로 정보가 끊기면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동일한 문제와 비용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설명이다.

최석인 기획경영본부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단으로 AI와 로보틱스를 제시했다. 기존 건설업이 단계별 정보 단절과 경험·직관 의존, 인력 중심 생산, 일회성 노하우 축적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면 앞으로는 생애주기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기반 자동화를 통해 산업 전반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건설업의 경쟁 구조가 물량 중심에서 데이터와 운영 역량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설“계·조달·시공·운영으로 나뉘어 있던 가치사슬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생산성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업 AI 전환이 더딘 이유로 데이터와 제도 문제가 지목됐다.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건설산업 차원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은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이다.

전영준 연구센터장은 산업 AX를 위해 데이터의 중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축 주체인 정부와 활용 주체인 건설기업·AI 테크 기업 간 단절로 실질적인 데이터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공공 데이터와 표준 환경을 정부가 구축하고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운영 중인 건설 관련 정보시스템도 문제다. 건설사업정보시스템(CALS), 세움터, 나라장터,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 등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정보가 분절되고 중복 입력되는 구조로 인해 AI 활용이 어려운 ‘정보의 섬’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시대적인 규제 역시 산업 전환의 걸림돌로 꼽혔다. 현행 ‘건설기계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 등이 모두 사람이 장비를 직접 조종하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자율운영 장비나 건설 로봇, 원격 제어 기술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 센터장은 “기술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AI 기반 건설장비와 로봇이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와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기업도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축적과 조직 운영 방식까지 포함한 전사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공조달도 AI 활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안계현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기반기술연구실장(상무)은 도급·하도급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안 상무는 “대형 건설사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주체는 협력사인데, 이들 상당수가 아직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나 AI 활용 기반이 부족하다”며 “기술이 있어도 현장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BIM이나 스마트 기술 활용을 인허가 조건이나 발주 요건에 반영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쌓일 수 없다”며 “협력사에 대한 교육과 비용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건설산업의 AI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익진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기존 제도 틀 안에서의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AI 건설 특별법과 같은 새로운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 표준이 없어 동일 공사 정보도 연계되지 않는 등 현장 수용성 문제가 크다”며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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