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 도입 더딘 이유 ‘이것’…“인력·수가 체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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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건강돌봄시민행동의 주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방안’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확산하려면 지불보상 체계와 간호 인력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고 중환자를 기피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건강돌봄시민행동의 주관으로 열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병원 근로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약속한 ‘국가 돌봄 책임제’의 일환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 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모두 제공하는 서비스다. 병동에 환자의 가족이 상주하거나 환자가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 간병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2015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돼 현재 10년 이상 시행되고 있다.

병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취지에 공감하지만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대상 병상 24만6000개 가운데 실제로 서비스를 도입한 병상은 약 8만3000개로 33.7%에 그쳤다.

제도 도입이 더딘 기간 환자의 간병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연간 사적 간병비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2025년 1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계됐다.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약 11만~15만원, 한 달 기준 약 300만~45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 부담으로 인한 치료 중단은 물론,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타격으로 이른바 ‘간병 파산’에 이르는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적 간병인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환자들의 위험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원일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은 “사적 간병인의 간병 행위는 의료법상 근거가 없으며, 그 비용 역시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자격이나 비용을 공적체계 내에서 관리할 수 없다”라며 “간호와 간병의 분절을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돌봄 책임과 비용을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토로했다.

▲나백주 을지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건강돌봄시민행동의 주관으로 열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병원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용 부담이 커서다.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이 간호와 간병을 모두 제공하려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 이들을 충분히 고용할 인건비가 충당될 정도로 간호·간병료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수가가 차등적으로 책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한계다. 간호·간병에 대한 보상이 동일하다면, 병원은 돌보기 까다로운 중증 환자와 장애 환자들의 입원을 반기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 때문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시행하면 병원의 경영이 악화한다는 인식이 굳어진 분위기다.

나백주 을지대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일본은 일찍이 사적 간병을 폐지하고 간호 인력과 간병 인력을 결합한 수가체계를 만들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보편화한 바 있다”라며 “간호 인력을 많이 배치할수록 높은 입원기본료를 지급하고,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보상을 세분화하는 등 상당히 현실적인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환자의 간호 필요도와 중증도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한 수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중환자 돌봄을 지키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병동 단위가 아닌 의료기관 단위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공공병원 중심으로 간호 필요도 측정과 인력기준 실험을 통해 적절한 수가와 인력기준을 찾아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라며 “중증도를 더욱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임금인상 수준과 물가 인상을 반영하는 수가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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