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망 '분산형' 전면 개편…수명 남은 석탄발전 21기는 안보 전원 활용
지역·시간대별 전기요금제 도입…녹색제조 3강·1000만명 에너지 소득 창출

정부가 중동전쟁 발발에 따른 에너지 수입 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에 대응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체계로 전면 전환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60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전력망을 분산형으로 개편해 '녹색 제조 세계 3강'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3대 정책방향 10대 과제를 담은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에너지 대전환 추진은 최근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입 다변화 등 기존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안보 개념을 버리고, 국내 생산이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피지컬 인공지능 확산, 첨단 전략산업 투자 확대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우선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해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햇빛소득마을, 산단 지붕형, 영농형, 수상형, 접경지역, 공공기관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30년 100GW 보급 목표를 가급적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신축 공장 및 산업단지에 일정 규모 이상 지붕형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돼지 분뇨에 이어 소 분뇨(우분)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발전도 조속히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태양광 확대에 따른 폐패널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권역별 수거 체계를 통해 알루미늄과 유리 등을 분리하고 자원 순환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강력한 발전원 개편도 추진된다.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하고,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 제정, 대체 산업 육성 및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지원대책을 수립한다.
특히 2040년 이후에도 수명이 잔존하는 석탄발전소 21기의 처리 방향도 구체화했다.
김 장관은 "2040년 전면 폐지 원칙은 확고하다"고 전제한 뒤 "수명이 남은 21기(공기업 15기, 민간 6기)는 용량요금(CP) 제도 등을 활용해 비상 안보 전원으로 남기되, 불가피한 가동 시에는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과 폐지에 따른 국민의 세금 보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관련 구체적 방안은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길 예정이며, 발전 5사의 통폐합 및 에너지 공기업 전환 방안도 조만간 발표된다.
정부는 또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가스 중심의 열에너지를 재생열로 전환하기 위해 '열에너지 관리법'을 제정하고,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에 히트펌프를 우선 보급해 에너지 제로 지역·주택·산단을 구현한다.
산업 체질 또한 '녹색 제조 세계 3강' 도약에 맞춰 개조한다. 태양광, 풍력 터빈,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핵심 설비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세제 지원을 추진하고 에너지벤처 창업, 유니콘 성장의 거점인 '지역 에너지 특별시'도 조성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전력은 과거 본사 매각 대금 중 약 5000억원을 활용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 부담 없이 수천 개의 특허와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에너지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산업 공정의 전기화 및 연‧원료의 청정화도 추진힌다. 올해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착공해 2037년 이후 상용화하며 그린 철강 강국 기반을 닦는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전기 나프타분해설비(NCC)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탄소 난감축 분야는 그린수소·핑크수소 및 CCUS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적극 저감한다.
수송 분야에서는 2030년 신차 보급량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 경찰차 1만7000대, 단기렌터카 110만대, 액화석유가스(LPG) 택시 20만대, 법인차 400만대 등이 우선 전환 타깃이다.
김 장관은 "우선 전환 대상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면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전기차 중심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는 석유 수입 위기에 따른 유동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시행하고, 위기가 '심각' 단계로 격상될 시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에너지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탄소 배출권 유상할당 수익 등을 활용한 기후대응기금 재원 확충 등 녹색금융 활성화에도 힘을 쏟는다.
일방향 송배전망 구조의 탈피와 전기요금제 개편도 추진된다. 정부는 기존 국가 전력망을 지역 내에서 생산, 저장,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면 혁신한다. 이와 함께 마을 단위로 바이오가스, 목재칩 등을 활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분산특구' 모델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실증한다. 지방 에너지 공기업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부채 비율 상한선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송전 비용과 자립도를 고려한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전력 수요 분산을 유도할 '시간대별 요금 개편안'을 당장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기존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는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제도로 개편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의 빠른 하락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고압 송전망 인근 주민의 투자 참여나 마을 단위 태양광 사업 등을 통해 국민 1000만명이 에너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확산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일부 특정 기업이나 공기업에만 이익이 국한되지 않고, 액수의 과다를 떠나 1000만명의 국민이 햇빛·바람·계통 소득을 고루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