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AI가 처방전 쓰는 시대 열게 해준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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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의료의 ‘눈’을 넘어 ‘입’이 됐다. 단순히 엑스레이 영상에서 병변을 표시하던 수준을 넘어 AI가 스스로 영상을 보고 판독문을 작성하는 시대가 열렸다. 2일 숨빗AI가 흉부X선 예비 소견서 생성 솔루션 ‘에어리드-씨엑스알’(AIRead-CXR)로 3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하면서 의료 현장의 풍경이 바뀌게 됐다.

이번 허가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기술의 화려함보다 이를 받아들인 규제의 속도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를 의료기기 체제 안으로 끌어들여 정식 허가까지 내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기술 강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조차 가이드라인 수립 단계에서 머뭇거릴 때 한국 규제당국은 가장 먼저 빗장을 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 생성형 AI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인 만큼 의료 영역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면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규제가 기술을 뒤쫓는 게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길을 먼저 만든 셈이다.

사실 그간 국내 산업계에서 규제는 늘 넘어야 할 벽이었다. ‘기술은 앞서가는 데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이 늘 업계에서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식약처가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며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안전성을 담보해 시장 안착을 돕는 ‘안전벨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물론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AI가 쓴 판독문에 오류가 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신뢰성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다만 ’위험하니 나중에‘라는 식의 회피는 답이 될 수 없다. 위험을 통제할 기준을 남들보다 먼저 설계하는 국가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의료 영역의 생성형 AI는 이제 겨우 첫발을 뗐다. 판독문 작성을 넘어 치료 의사결정 지원, 환자 상담까지 확장될 미래가 이미 눈앞에 와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속도에 발맞춰 식약처의 규제도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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