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DMZ 평화의 길’ 12개 구간을 17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전면 개방'이라는 말을 앞세웠지만, 기존 운영 구간과 똑같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북한이 대남 적대 기조를 강화하고 긴장 조성 활동에 나선 상황에서 테마노선 운영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혹서기(7~8월)를 제외하고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 조성된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12개 구간을 전면 개방한다고 1일 밝혔다. 테마노선은 2019년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고양·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10곳에 조성된 길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추진됐다. 생태·문화·역사 자원을 활용해 체험관광을 활성화하고, 세계적인 생태·평화 공원을 만든다는 취지였다.
그러다가 2023년 11월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는 등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안보상 이유로 2024년 ‘평화의 길’ 테마노선 일부(DMZ 내부 파주·철원·고성 도보구간 3곳) 운영이 중단됐다. 이번 발표에 DMZ 내부 구간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다. DMZ 바깥 12개 구간은 2020년 코로나 때 폐쇄됐다가 2021년 7개 구간이 개방됐고, 2022년 12개 구간 모두 개방된 상태로 현재까지 이어졌다. 전면 개방이란 말이 무색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일부 구간에 한해 참여 인원을 늘린 정도다. 이를 두고도 최근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경선화를 추진하는 등 요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평화의 길 개방 운영은 너무 일방적인 것”이라며 “상호적인 게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그런 환경과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태평화 공원이 되려면 북한도 일정 수준에서 최소한의 호응이 있어야 되는데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한국만 그렇게 한다는 건 공허한 외침”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은 2023년 군사합의 파기 후 MDL 이북 지역의 GP를 복원하고 군사 활동에 나섰다. 또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이후 MDL 이북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선을 설치하는 등 국경선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합동참모본부는 “3월 초 북한이 국경선화 작업을 재개했다”면서 “현재 (북한이) 전방 여러 개소에서 다수 병력을 투입해 수목 제거, 보급로와 불모지 정비 등 활동을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 무력 강화에 나선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최소 3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달엔 이례적으로 10발을 동시에 발사하며 위협을 고조시켰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안보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황희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2024년보다도 더 엄중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도 더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고 DMZ 내 구간 개방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보 측면이 제일 중요한데 뒷전으로 밀렸다고 본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일단 무조건 교류 협력을 위한 여러 가지 전 단계로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안보 우려와 관련해 “2024년과 운영상 달라진 부분이 없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변한 게 없는 테마구간 운영을 두고 대대적 홍보에 나선 배경에 대해 선거와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허재영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우리는 계속 유화 메시지를 내고 있음에도 북한은 지뢰 매설하고 다른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아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접경지역 주민들 민심을 고려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