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원장

아직 인생 숙제를 다 마치지 못했는데, 나는 과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공연히 걱정이 더해졌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그 익숙한 과정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천하대장군처럼 버티고 있었지만, 실은 여느 암 환자들이 겪는 두려움과 흔들림을 조금도 다르지 않게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빠르게 진료실로 돌아와 제자리에 앉았다. 얼굴은 푸석하고, 어딘가 부어 있었지만 내가 반듯하게 좌정하고 있어야만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병원 일만이 아니었다.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여전히 내 앞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그 산을 넘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 시간을 지나오게 한 힘은, 어쩌면 진료실 안에서 만났던 암 환자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서 치유를 받았다. 상심한 얼굴로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저도 암을 겪고 있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암은… 친구처럼 함께 가야지요.” 그 말을 들은 환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선생님도 암 환자라니…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의사와 환자가 아니다. 같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된다. “저는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세 번째도 겪을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그 말속에는 두려움과 함께, 미래를 향한 도전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환자들의 질문에 더 제대로 답을 해주기 위해 나는 요즘도 유방암 치료 최신 지견을 숙독하고 있다. 넘어온 산의 높이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진료실에 앉아 있다. 임선영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