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피해지원금 4.8조 편성…국채상환 1조
총지출 753.1조·전년比 11.8% 증가…성장률 0.2%p↑추산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등 경제 위기 타개를 목적으로 하는 이번 추경안은 증시·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초과세수로 재원을 대거 조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 1인당 10~60만원의 지원금을 통해 고유가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추경이자 올해 첫 추경이다.
지난해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추경은 중동발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기획예산처는 이 대통령이 추경을 공식화한 13일 이후 역대 최단 기간인 19일 만에 정부안을 마련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 증시 호조에 따른 법인세·증권거래세 등 주요 세목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으로 추가 국채발행 없이 이번 추경 재원을 조달했다.
재경부는 주요 세목별로 법인세(14조8000억원)·증권거래세(5조2000억원)·농어촌특별세(농특세·5조1000억원)·근로소득세(4조8000억원) 등을 증액경정했다. 반면 교통세(-3조4000억원)·개별소비세(-5000억원)·교육세(-8000억원) 등은 감액경정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편성한 추경 중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경은 1999년, 2003년, 2016년, 2017년, 2021년, 2022년에 이어 7번째다.
이에 올해 총지출은 본예산 727조9000억원에서 75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총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8.1%에서 11.8%로 증가했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8000억원에서 107조6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3.9%에서 3.8%로 소폭 개선됐다. 조용범 예산실장은 27일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임금채권 기금 요율 개선으로 약 2000억원이 수입으로 잡힌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에서 1412조8000억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50.6%로 1%포인트(p) 줄었다. 이번 추경예산 중 1조원을 국채 상환에 투입한 결과다.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안정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지방정부 투자여력 확충을 위한 교부세 증액(9조7000억원)과 국채 상환을 제외한 15조5000억원(59%)이 3대 분야에 쓰인다.

먼저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에 10~60만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4조8000억원)은 지방·취약계층일수록 지원금을 상향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득하위 70% 국민은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 우대지역 20만원, 특별지역 25만원으로 차등을 뒀다. 차상위·한부모가정(36만명)은 수도권 45만원·그 외 50만원, 기초수급자(285만명)는 수도권 55만원·그 외 60만원으로 산정됐다. 신속 지원을 위해 기초·차상위가구 등은 우선 지급하고 소득하위 70%는 이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된다.
전 국민 유류·교통비 경감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 5조원을, K-패스 환급률 최대 30%p 확대에 877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취약계층 중 등유·LPG 사용 가구에 에너지바우처 추가 5만원, 농어업인 면세유·비료 구매 지원 등 '에너지 복지'에 2000억원을 배정했다.
민생 안정 분야에는 2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창업가 300명 선발 후 최대 1억원을 지급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신설 등 스타트업 열풍 조성에 9000억원, 대기업과 '쉬었음' 청년 취업을 연계한 'K-뉴딜 아카데미' 신설, 청년일자리장려금 확대 등 청년일자리 지원에 9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일상 회복·고물가 대응을 위한 복지시설 냉난방설비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영화·공연·숙박 할인 지원 예산도 포함됐다.
산업피해 최소화·공급망 안정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수출기업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수출바우처를 2배 확대하고 7조원 규모의 수출 정책금융에 6500억원을 지원한다. 아파트 10만가구 베란다에 태양광 보급, 햇빛소득마을 확대, 전기화물차 9000대 추가 보급, 인공지능(AI) 분산형전력망 확대 등에 8000억원을 편성했다.
석유화학산업에 필수적인 나프타 수입비용 지원에 5000억원, 정부 석유 비축물량 130만배럴 추가 확대에 2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를 0.2%p 수준으로 추산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추경으로 인해 0.2%p의 GDP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급증이라는 파도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미치기 전에 지체없이 추경이라는 견고한 제방을 쌓아야 한다"며 "우리 국민과 기업이 적기에 추경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신속한 의결로 화답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와 별도로 중동전쟁이 보다 심화할 경우 헌법 제76조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인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에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 절차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필요한 재정·경제상 처분 등 법률 효력을 가진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