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번아웃 피하는 ‘운동의 파레토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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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20세기 초 이탈리아 사회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한 강연에서 “이탈리아 토지 80%를 인구 20%가 소유한다”고 언급했다. 그 뒤 다양한 상황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면서 ‘결과의 80%가 원인의 20%에서 나온다’는 표현으로 일반화됐는데, 이를 ‘파레토 법칙’ 또는 ‘80:20 법칙’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80%와 20%는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각각 다수(대부분)와 소수(일부)를 뜻한다.

파레토 법칙은 아무 데다 갖다 붙여도 그럴듯한데, 예를 들어 누군가 “우리 회사에서는 일의 80%를 직원의 20%가 한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속으로 ‘우리도 그런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일상의 대부분에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면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청소를 제대로 하려면 1시간은 걸리는데 시간이 없다고 방치하는 대신 10분이라도 하면 제삼자가 보기에는 청소를 6분의 1만 한 게 아니라 절반 이상은 한 걸로 보인다. 어질러진 것만 치워도 한결 낫기 때문이다.

최근 운동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근육량 유지가 중요하고 따라서 늦어도 40대부터는 근력(저항)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운동을 해도 너무 힘들어 몇 번 하다 그만두곤 한다. 그렇다고 잠깐 하자니 어차피 효과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미국스포츠의학회가 17년 만에 개정한 근력운동 권고안을 보면 2009년 권고안에 비해 훨씬 느슨해졌다. 지난 17년 사이 발표된 근력운동 관련 논문들을 평가한 논문 137편을 종합 평가한 결과 기존의 엄격한 기준(기구 운동 권고 및 무거운 무게 및 잦은 빈도 강조) 대신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맨몸, 탄력 밴드 등)으로 적당한 저항(무게)에 주 2회 이상, 2세트 이상이면 근육량이 늘고 힘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즉 안 하는 것에 비해 2세트까지는 훨씬 낫고 3세트부터는 효과가 줄어들다가 어느 지점부터는 오히려 부상 등 부작용 위험성이 커진다. 다만 꾸준히 하는 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집에서 맨몸 운동인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주 2회 2세트씩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간 강도 운동이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150~300분 하라고 권고하는데(네모로 표시), 이보다 적은 운동 시간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조금만 해도 아예 안 하는 것에 비해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추고 그 효과는 운동 시간이 길수록 무뎌져 600분(10시간)이 넘으면 거의 없어진다. 사진출처: 네이처
유산소운동 역시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빠르게 걷기 같은 중간 강도 운동을 일주일에 적어도 150~300분 하거나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을 적어도 75~150분 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스마트폰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 활동을 실시간 모니터링한 연구 결과 이보다 적은 운동량으로도 안 한 것에 비해 건강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일주일에 중강도 운동을 권고안 하한값의 절반인 75분만 해도 심혈관질환이나 사망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는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0분만 해도 절반의 효과는 본다. 고강도 운동은 더 극적이어서 하루에 5분만 해도 효과가 있다. 1, 2분 걸리는 계단오르기 몇 번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런 짧은 고강도 운동을 ‘운동 간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을 파레토 법칙에 따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화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 한 점 대신 20%의 시간을 들인 80% 완성도의 작품 다섯 점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한다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은 예술이 아니다. 중요한 일 한두 개를 뺀 나머지는 파레토 법칙을 생각하며 적당히 해야 이 복잡한 세상에서 번아웃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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