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밝혀진 ‘물의 비밀’...겨울철 강 표면만 얼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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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일반적인 액체와는 다른 초임계유체로서의 물의 특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물이 다른 액체와 달리 섭씨 4도에서 가장 무거워지는 이유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김경환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앤더스 닐슨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물은 일반적인 액체와 달리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고, 그보다 온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특이한 성질을 갖는다. 이 때문에 겨울철 호수나 강은 표면만 얼고 내부는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난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물이 하나의 균일한 액체가 아니라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이라는 두 가지 액체상이 섞여 존재한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히 약 영하 60도 부근에서 두 액체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극저온 과냉각 상태의 물을 직접 관측한 데 있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영하 70도에서도 순간적으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물을 생성하고,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XFEL)를 활용해 100만분의 1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 분자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해당 영역은 물이 너무 빠르게 얼어붙어 기존에는 ‘무인지대(No man’s land)’로 불리던 구간이다.

실험 결과, 높은 온도에서는 고밀도 물의 비율이 높지만 온도가 낮아질수록 저밀도 물의 비중이 증가하며, 특히 4도 부근에서 저밀도 물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 전체 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물이 4도에서 가장 무거워지는 이유가 분자 구조 변화에 따른 ‘두 액체상의 비율 변화’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히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약 10년에 걸친 단계적 성과의 집약이다. 연구팀은 2017년 영하 45도 이하의 과냉각수 측정 가능성을 처음 입증했고, 2020년에는 영하 70도에서 물이 두 액체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임계점 위치까지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김경환 교수는 “물의 특성을 이해해 물이 어떻게 필수적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연구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물의 특성을 이전보다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수많은 연구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부 때부터 연구에 참여해 이번 논문의 제1저자가 된 유선주 포항공대 석박사통합과정생은 “연구 과정에서 아무도 해내지 않은 일을 해낸다는 게 엄청나게 어렵다는 걸 느꼈다”며 “앞으로도 교과서에 실릴 만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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