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사전협의' 강조하는 이란..."호르무즈 주도권 과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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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2026.03.26. myjs@newsis.com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사전협의가 있으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과 만나 “협의만 되면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호르무즈 해협 항행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면서도 "이란 정부·군과 조정이 있어야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고, 사전에 그런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쿠제치 대사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련 ‘사전 협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국회를 찾아 김석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외통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국민의힘 김건 의원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협의만 되면 언제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면서 전쟁에 휘말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이란군과 관계 당국의 조율 및 검토를 거쳐 해당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선박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언급한 사전 협의 내용과 관련해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대국 대사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란이 IMO(국제해사기구)에 24일 호르무즈 해협 문제 관련 전 회원국들에게 회람을 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을 참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은 IMO를 통해 176개 회원국에 회람한 서한에서 “사전 조율을 거친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전협의가 통행료를 의미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평가도 나온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 작전 등 군사적인 부분에 참여하지 말라는 게 있을 테고, 무엇보다 호르무즈 항행 주도권을 이란이 쥐고 있다는 걸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게 클 것”이라면서 “그래야 자신들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직 고위급 외교관도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는 곳인데 허락을 받으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 및 우호국을 갈라놓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면서도,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백 전임연구원은 “우리는 이란과 미국 양쪽에 샌드위치가 돼 있는데 밸런싱을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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