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기료 인상' 또 속도조절…이번에는 유지하지만 [정책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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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던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동결을 택하면서 정책 기조가 또 한 번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전력 수급 구조와 공기업 재무 부담을 감안할 때 요금 인상 압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 여건에 따라 전기요금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기요금은 웬만하면 지금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기요금은 구조적으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과정에서 물가와 민생 부담을 고려해 시점을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으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은 유지해왔다.

이날 역시 비슷한 인식이 재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가 이번 위기를 1970년대에 있었던 두 차례 오일쇼크 및 2022년에 벌어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합친 것만큼 심각하다. 향후 사태가 어떻게 될지도 예측이 어렵다"며 대외 변수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기 사용 관련해서 특별한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다"며 요금 동결이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함께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기는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정부가 100% 책임지고 있는 구조이며 전기요금은 웬만하면 지금 변경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런데 전기요금을 유지하면 (한전의) 손실과 적자 폭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고 묶어두니 전기 사용이 오히려 늘면서 유류 대신 전기를 쓰는 상황 등이 발생한다. 그러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러면 정부 재정 손실도 문제가 되고, 과도한 에너지 낭비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한전 부채도 200조원가량이 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국민이 전기 절약에 각별히 협조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기요금 카드를 또다시 유예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논의의 배경에 구조적인 비용 부담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연료비 상승에도 현행 요금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부채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전기요금(152.8원/kWh)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178%), 프랑스(254%), 영국(306%)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150원으로, 일본(280원), 독일(430원), 미국(180원), 프랑스(210원)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역시 요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해상풍력과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등 전력 인프라 확충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9.2%로 높이고, 설비 용량을 현재의 약 4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물가와 민생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 시점을 신중하게 조정하고 있지만, 한전 재무 상황과 에너지 전환 비용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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