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에 속하는 고위험가구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년간 고위험가구 부채 규모가 33% 급증하며 이들이 짊어진 빚만 1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과 자산 기반이 취약한 2030 청년층이 고위험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가계부채 부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6일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상황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고위험가구 자산 및 부채 현황' 참고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국내 고위험가구는 45만9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8.6만 가구) 대비 18.9% 증가한 수치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고위험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4.0%로 확대됐다.
부채의 질은 더 심각하다.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96조1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6.3%를 차지했다. 특히 1년 전(7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부채 규모가 33% 이상 폭증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지방 부동산 부진이 이어진 데다 가계대출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2024년부터 2025년 3월까지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험가구란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소득과 자산 상황이 모두 취약해 집이나 주식을 전부 팔아도 빚을 다 갚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킨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부채의 늪에 빠진 2030세대 청년층이다. 고위험가구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월 22.6%에서 2025년 3월 34.9%로 급격히 확대됐다. 같은 기간 중년층(59.8→53.9%)과 노년층(17.6→11.2%) 비중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금리 기조 속 '영끌'을 통해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에 뛰어든 청년층이 고금리와 자산 가격 정체기를 버티지 못하고 고위험군으로 대거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청년층의 고위험가구 편입 흐름에 대해 "결혼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많이 늘었다"면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청년층 특성 상 채무 상환 능력 측면에서 봤을 때 연체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과 소득별 양극화도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고위험가구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이 하락하며 상환 능력이 다소 개선됐다. 반면 비수도권 가구는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에 따른 자산가치 정체 및 부채 확대 영향으로 지난해 DTA가 상승 전환했다.
고소득(5분위)과 저소득(1분위) 고위험가구 간 순자산 격차 역시 2020년 4000만원에서 2025년 1억4000만원으로 3.5배 확대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증명했다.
한은은 다만 이 같은 고위험가구의 상황이 조사 시점인 지난해 3월 이후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이후 일부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그간의 금융여건 완화로 차주의 이자부담도 경감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들이 가계부채 차입세대로 빠르게 늘어난 배경은 청년세대들이 과거보다 부채 차입에 대해 적극적인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DSR 등 상환 능력을 기반으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만큼 당장 청년층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시스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