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지연 길어질수록 현금흐름·실적 변동성 부담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해외 주요 공사 현장에서 결산 시점 기준 공사미수금이 1년 새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미수금 증가가 곧바로 부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수주 실적 못지않게 대금 회수 시점과 정산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대 건설사의 지난해 말 기준 주요 해외 현장 공사미수금은 1조6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1조2361억원)과 비교하면 29.6% 늘어난 규모다. 이번 집계는 매출 대비 5% 이상 주요 계약에 해당하는 해외 현장의 미수금만 합산했다.
공사미수금은 아직 청구 단계에 이르지 않은 미청구공사와 달리 이미 발주처에 청구를 마쳤지만 결산 시점까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회수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채권은 향후 대손 비용으로 반영된다. 대손충당금 차감 전 기준인 이번 집계 역시 회수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채권이 향후 실적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
5개 건설사 중 해외 미수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주요 해외 현장 공사미수금은 총 2024년 2265억원에서 지난해 3681억원으로 62.5% 증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현장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이다. 이 사업장의 공사미수금은 2024년 말 6억원에서 지난해 말 1091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늘었다. 필리핀 남부철도 제4·5·6공구는 같은 기간 139억원에서 664억원으로 증가했고 사우디 네옴 러닝 터널 공사는 126억원에서 506억원으로 확대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 특성상 준공 승인과 기성 정산 절차에 시간이 걸리면서 결산 시점 기준 미수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대부분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정상적으로 회수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2364억원에서 3273억원으로 38.4% 늘었다. 지난해에는 나이지리아 WARRI REFINERY FIX 현장에서 1299억원이 새로 잡혔다. 이라크 신항만 1단계는 177억원에서 481억원으로 늘었고 싱가포르 도시철도 CR108은 159억원에서 207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 현장의 경우 최종 준공 승인과 도급 기성 정산 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따라 미수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주요 현장은 발주처와 정산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도 증가 폭이 컸다. 삼성물산의 주요 해외 현장 미수금은 2024년 2644억원에서 지난해 3757억원으로 42.1%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은 251억원에서 885억원으로 증가했고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852억원과 대만 가오슝 복합개발 763억원의 미수금이 새로 잡혔다.
DL이앤씨는 증가율이 8.6%다. GS건설은 전체 증가 폭이 0.8%에 그쳤다.

미수금은 곧바로 회수불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준공 승인과 기성 정산, 설계 변경 협의 등이 결산 시점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일시적으로 회수가 늦어진 금액의 성격이 크다.
다만 문제는 해외 대형 공사는 발주처 승인과 정산 절차가 복잡해 협의가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회계상 채권이 실제 현금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수금이 장기화하면 현금흐름 부담이 커지고 원가 조정이나 추가 공사 협의와 맞물릴 경우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2024년 해외 프로젝트 대규모 예정원가 조정 등의 영향으로 연결 기준 연간 영업손실 1조2630억원을 기록했는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사우디 자푸라 가스플랜트 등에서 비용이 크게 반영됐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해외 일부 현장 손실 반영 등으로 연결 기준 영업손실 8154억원을 냈고 회사는 해외 요인 가운데 싱가포르 도시철도 현장의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가 주요 배경 중 하나였다.
결국 건설사들의 해외 경쟁력은 단순한 수주 규모를 넘어 회수 관리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형 프로젝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정산 지연을 최소화하며 회수 시점을 앞당기느냐가 실적의 질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공사 규모가 큰 데다 정산 구조도 복잡해 회수 시점이 늦어질 경우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수주 확대 국면일수록 회수와 정산 관리 역량이 건설사 실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