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구 청년일수록 가족 돌봄 떠안는 비율 높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5명 중 1명은 돌봄 부담으로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두는 걸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가구일수록 돌봄을 떠안는 비율이 크게 높아 돌봄 부담이 계층 간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9~24세 가족돌봄 청소년 577명을 조사한 결과, 21.5%가 돌봄 부담으로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돌봄자의 경우 이 비율은 38.5%로 더 높았다.
가족돌봄 청소년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을 위해 무보수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청소년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가족돌봄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져 청소년층은 정책 논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평가다.
돌봄 부담은 연령이 높을수록 커졌다. 주돌봄자 비율은 19~24세가 49.5%로 가장 높았고, 13~18세는 31.9%, 13세 미만도 24.1%에 달했다. 13세 미만 어린 연령대에서도 4명 중 1명이 돌봄 역할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구 소득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졌다.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에서는 52.4%가 주돌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500만 원 이상 가구(22.6%) 대비 2.3배가량 높은 수치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돌봄 자원이 부족해 청소년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가족 돌봄을 시작한 연령은 13~18세가 37.8%로 가장 많았지만, 9세 미만(20.1%)과 9~12세(27.9%)를 합하면 절반에 가까운 48.0%가 초등학생 이하 시기에 돌봄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구성원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로는 만성질환(35.0%)이 가장 많았고 △신체장애(26.2%) △언어·문화적 어려움(18.7%) △정신질환 및 장애(16.5%) 순으로 나타났다.
돌봄 제공 형태를 보면 전체의 62.0%는 직접 돌봄을 수행하고 있었고, 35.2%는 경제적 부양까지 병행했다. 특히 19~24세에서는 돌봄과 생계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비율이 59.2%에 달했다.
돌봄 부담은 학업과 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족돌봄으로 인해 학교나 직장(아르바이트 포함)에 지각·조퇴·결석을 경험한 비율은 30.2%였으며, 19~24세는 35.7%로 더 높았다.
돌봄 부담은 진로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희망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또래 집단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13~18세 71.0%에서 19~24세 64.3%로 오히려 감소했다.
돌봄으로 인한 어려움은 생활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마련 어려움(49.4%), 돌봄 방법 부족(49.0%), 학교·직장 유지 어려움(32.4%), 진로 준비 어려움(31.2%) 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돌봄 부담이 청소년의 기본적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가족돌봄 청소년을 적시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