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얼마 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가 하소연했다. “노무사님, 직원들에게 조심하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급하게 가다가 미끄러진 걸로도 회사가 처벌받는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A 대표의 심정을 모를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 뿌리내린 ‘관행’과 ‘설마’ 하는 안일함은,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앞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조심하라”는 말 대신, 시스템으로 답해야 할 때다.
많은 사업주가 산업안전 대응을 어렵게 느낀다. 하지만 핵심은 복잡한 서류나 형식이 아니다. 안전모를 지급하고 교육일지를 채우는 형식적인 조치보다, 우리 사업장에 맞는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안전은 경영책임자의 리더십으로 시작된다. 단순 절차서 마련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하고 필요 예산과 인력을 적극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후 근로자와 함께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은 P-D-C-A 사이클로 요약된다. ‘Plan(계획):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계획을 세운다 → Do(실행): 현장에 개선 조치를 적용한다 → Check(점검): 개선 효과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한다 → Action(개선):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 계획에 반영한다.’ 즉,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근로자가 직접 참여해 위험 요인을 식별·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일상 업무 속에 녹여내야 한다. 또,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즉시 개선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안전문화의 정착이 뒤따라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에 따르면, 1건의 대형사고 전에는 평균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선행된다. 현장에서 “큰일 날 뻔했네” 하는 작은 징후를 그냥 넘기면, 그것이 결국 중대재해로 되돌아온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자 경쟁력이다. 튼튼한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뼈대 위에,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성숙한 안전문화라는 살을 입혀야 한다.
빙판길은 눈에 보이지만, ‘안전 불감증’이라는 빙판은 보이지 않기에 더 위험하다. 날씨가 풀려 얼음이 녹더라도, 우리 사업장의 안전 의식만큼은 단단히 굳어 있어야 한다.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