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보수한도는 매년 정기주주총회에 등장하는 안건이다. 회사로선 주총을 통해 한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사들의 급여가 결정되는 관행적 절차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선 다르다. 이사회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보수 재량의 합리성을 들여다보는 지배구조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 상향 안건을 올렸다. 케이뱅크는 23억5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카카오뱅크는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이사보수한도가 30~40억원임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규모는 아니다.
특히 케이뱅크는 전기 실제 이사보수지급액이 한도에 못 미쳤고 이사 수도 11명에서 올해 7명으로 줄었다. 실적 또한 전년대비 줄어든 상황에서도 한도는 오히려 올랐다.
문제는 보수한도 상향 자체보다 설명의 부재다. 두 회사는 이사보수한도 수치와 전기 지급총액은 공시했지만 왜 한도를 이처럼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유나 산정 기준은 충분한 설명은 없다.
보수한도가 실지급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큰 문제는 목소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이사보수한도는 말 그대로 장래 지급 가능한 최대 범위를 정하는 사전 승인 안건일 뿐 해당 금액이 그대로 집행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보수한도는 당장 집행되는 확정 급여가 아니라 ‘미래의 수치’다. 실제 얼마가 지급될지 알 수 없는 주주로서는 회사가 왜 그 정도의 재량이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이 안건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최근 국내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이 네이버와 효성중공업의 이사 보수한도 상향에 반대한 것도 이런 안건이 단순한 형식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주총에서 승인 받는 숫자라면 최소한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대조적인 사례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이사보수한도를 40억원으로 유지하면서 그 사유를 공시에서 직접 설명했다. 같은 플랫폼 금융업권 안에서도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사보수한도는 단순한 숫자 안건이 아니다.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스스로의 보수를 통제하고 그 판단을 주주에게 어떻게 설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배구조 시험대다. 주주의 동의를 구하려면 먼저 근거부터 내놓는 것이 순서다. 설명 없는 상향은 결국 불필요한 오해만 키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