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거래, 이제는 다 걸린다…포렌식·데이터 수사의 시대 [수사와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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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자들이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있으면 수익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가장 위험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알고 거래하는 순간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 압수수색은 위와 같은 위험이 실제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미공개정보 이용이 디지털 포렌식과 거래 데이터 분석으로 인해 얼마나 손쉽게 드러나는 범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챗GPT 이미지 생성)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지분 인수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 등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번 수사의 핵심은 ‘내부자 거래’에 있다. 내부자 거래는 예전부터 처벌 대상이었고, 수사기관은 꾸준히 그 부분에 주목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디지털 포렌식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그 입증이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흔히 내부자 거래는 “알아도 잡기 어려운 범죄”라고 여겨진다. 정보의 흐름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투자 판단은 당사자의 머릿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부자 거래에 대해 수사기관은 통신 기록, 계좌 흐름, 매매 시점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를 입증해 왔다. 언제 누구와 연락했는지, 그 이후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는지, 공시 직후 어떤 이익이 실현됐는지를 종합하면 사건의 윤곽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그 사람이 정말 그 정보를 이용해 거래했는가”라는 점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보에 접근한 사실과 거래 사실 자체는 확인되더라도,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법원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자는 “원래 관심 있던 종목이라 시장 흐름을 보고 투자했다”,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내부자 거래 사건은 종종 심증은 강하지만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사건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포렌식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입증이 어려웠던 부분이 좀 더 쉽게 확인되고 있다. 과거에도 통신 기록과 금융거래 정보는 중요한 수사 자료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단순하게 확인만 하는 자료에 머물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디지털 흔적이 서로 맞물리면서, 정보의 형성과 전달, 거래와 이익 실현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재구성된다. 수사 대상자의 진술 신빙성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통신 기록은 더 이상 단순한 연락 사실 확인에 머물지 않는다. 누가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 그 시점이 정보 생성 시점이나 주요 의사결정 시점과 어떻게 맞물리는 지가 함께 분석된다. 여기에 어디에서 통화했는지, 어느 시점에 어디로 이동했는지까지 결합하면 정황은 한층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미공개 정보가 형성된 직후 특정인과 연속적으로 연락이 이뤄졌고 그 직후 거래가 발생했다면, 또는 특정인과 동선이 겹친 뒤 매수 정황이 포착됐다면, 이는 정보 전달과 거래 실행 사이의 의미 있는 연결고리로 읽힐 수 있다.

여기에 휴대폰 포렌식 등 디지털 포렌식이 결합하면 수사의 정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예전에는 통화 내역 정도만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삭제된 대화, 파일 전송 내역, 검색 기록, 접속 흔적까지 복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단순한 종목 추천인지, 구체적인 내부 정보 전달인지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즉, “연락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까지 선명해지는 것이다.

거래 패턴 분석 역시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평소와 다른 거래 규모, 특정 시점에 집중된 매수, 공시 직후의 매도와 차익 실현은 시간순으로 정렬되며 하나의 행동 패턴으로 읽힌다. 특히 기존 투자 습관과 현저히 다른 거래가 특정 정보 형성 시점과 맞물린다면, 이를 우연이나 일반적인 투자 판단으로 설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결국 통신 기록이 접촉의 흔적을 보여주고, 포렌식이 정보 전달의 내용을 복원하며, 거래 분석이 그 결과를 입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는 주변인 거래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내부자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차명 계좌를 통한 거래라고 해서 수사기관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접촉 기록, 메신저 내용, 계좌 흐름이 함께 분석되면서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는지까지 역추적 되는 경우가 많다. 내부자 거래 수사가 개인 단위를 넘어 관계망 전체로 확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내부자 거래는 운이 나쁘면 걸리는 범죄가 아니라 운이 좋아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범죄”라며 “거래는 기록으로 남고, 대화는 데이터로 남으며, 삭제된 흔적조차 복원된다”고 말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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