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장비가 핵심”…명지대 반도체공학부 실습실 가보니 ‘현장’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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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반도체 특성화대학…소부장·패키징 특화 장비 인프라 구축
학부생, 취업·대학원 두 갈래 고민…“직접 해보니 진로 더 선명해져”

▲명지대 반도체특성화학부 학생들이 ‘OES를 사용한 플라즈마 진단’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명지대 반도체 특성화대학은 장비를 직접 다루며 데이터를 계측·분석하는 실습 중심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손현경 기자)

“지금 안에서 빛나는 게 플라즈마인데요. 전압을 올리면 파장이 달라지고, 그걸로 공정 상태를 확인합니다.”

명지대 반도체공학부 4학년 최재환 씨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설명하자 화면에 떠 있는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요동쳤다.

“지금 25와트로 올리면 값이 더 세지거든요.”

최 씨가 장비 값을 조정하자 그래프 수치가 눈에 띄게 변했고 옆에 있던 학생들이 화면을 들여다보며 변화를 확인했다. 검은 기계 안에서는 플라즈마가 형성되고 있었고 학생들은 이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광학 장비를 통해 파장을 측정하며 상태를 해석하고 있었다. 장비에서 나온 신호가 곧바로 데이터로 바뀌고 그 데이터를 읽고 의미를 짚어가는 과정이 이어졌다. 설명을 듣는 강의라기보다 공정 조건을 바꾸고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에 가까운 수업이었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 명지대 자연캠퍼스 제3공학관 지하 실습실에선 ‘OES을 사용한 플라즈마 진단’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OES는 플라즈마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측정해 상태를 분석하는 장비다. 복도와 실습실, 분석랩 곳곳에선 이 학교 반도체 교육의 방향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명지대 반도체 특성화대학은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재정지원사업에 따라 운영되는 반도체인력양성사업단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테스트·패키징 인재 양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공동 수행대학은 호서대로, 명지대가 전공정 장비기술과 소부장에, 호서대가 테스트·패키징에 강점을 두고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구조다.

▲명지대 반도체 분석·계측 실습실 내부. 현미경과 측정 장비를 활용해 공정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는 교육이 이뤄진다. (손현경 기자)

명지대 반도체공학부의 강점은 단연 장비와 실습 환경이었다. 2023년 신설된 명지대 반도체공학부는 기계·전기·신소재·컴퓨터·산업경영·물리 분야와 연계한 6개 반도체 소부장 관련 융합전공과 1개 전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참관한 ‘진공기술실습’은 3학점 수업으로, 반도체 공정장비의 약 70% 이상이 진공 환경에서 플라즈마를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된 실습 교과다. 학생들은 플라즈마 발생 장비와 센서를 이용해 데이터를 계측하고, 스펙트럼을 분석하며 결과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습실 분위기는 일반적인 학부 강의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 학생은 “이론으로만 배울 때는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직접 데이터를 찍어보니까 공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된다”며 “실습을 해보니 내가 어떤 분야로 가고 싶은지도 조금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공간에서는 현미경과 분석 장비, 시뮬레이션용 컴퓨터가 한 공간에 놓여 공정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었다. 또 다른 랩 입구에는 엔비디아 기반 시뮬레이션 랩 표지가 붙어 있었고, 복도 벽면에는 기업·연구기관 협력 흔적도 확인됐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인력양성사업단장이 진공 설비 공간에서 장비 운용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명지대는 소부장·패키징 특화 교육을 위해 팹과 분석·실습 공간을 집적해 운영 중이다. (손현경 기자)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인력양성사업단장은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라고 하면 설계나 소자, 공정 개발만 떠올리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 산업은 장비와 부품, 패키징, 테스트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며 “명지대는 용인이라는 제조 기반 지역에 있는 만큼 제조 인력을 더 키워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육부가 제시한 ‘산학협력 기반의 문제해결형 반도체 소부장·패키징 인재양성’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정책 지원 규모도 적지 않다. 교육부의 2026년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재정지원사업 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체 사업 예산은 1192억 원 규모이며, 반도체 분야 가운데 2023년 선정된 ‘연합(수도권-비수도권)’ 유형은 1개 사업단에 47억50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명지대-호서대 컨소시엄은 이 사업에 포함된 동반성장형 사업단이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인력양성사업단장이 실리콘 웨이퍼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손현경 기자)

이처럼 장비와 교육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서 학생들의 진로 고민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학생 인터뷰에선 취업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와 대학원 진학을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공존했다. 일부 학생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일부는 실습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은 기본적으로 학사급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취업률을 주요 성과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며 “다만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다양할 수 있는 만큼 취업과 진학이 함께 나타나는 흐름도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대학별 특성과 교육과정에 따라 다양한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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