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귀갓길에 숨진 택배기사 산재 불인정…법원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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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회식…업무 범위로 보기 어려워”
“회식비 일부 지원만으로 업무 관련성 부족”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회식 후 귀가하던 중 사고로 숨진 택배기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 이후 발생한 사고 역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숨진 택배기사 A 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12월 16일 동료 택배기사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다음 날 0시 30분께 귀가하던 중 육교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같은 달 18일 이상증세로 한 대학병원으로 들어왔으나 뇌사 상태로 추정됐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2024년 2월 7일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유족은 해당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회식이 자발적 친목 모임에 해당한다며 출퇴근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유족은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해당 회식이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업무 노하우 공유와 용차(외부 택배기사) 요청을 위한 관계 형성 등 업무 관련성이 있는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업무와 관련된 회식에 참석한 뒤 경로 이탈 없이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만큼 출퇴근 재해로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식 후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식이 사업주 지시나 관여 없이 택배기사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동료 기사들은 회식이 친목 도모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마련됐고, 공지 역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사업주가 회식을 지시하거나 주관한 사실은 없었고, 기사들이 사전에 사업장에 승인이나 양해를 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약 25명 중 20명가량이 참석했지만 회사 측 인원은 참여하지 않았고, 일정과 장소 선정 역시 모두 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사업장 소장이 회식비 일부를 지원한 사정만으로는 회식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이 업무 노하우나 분실사고 대응 등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눈 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동일 직군 종사자 간 공통 관심사에 따른 것으로 회식 자체를 업무의 연장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용차 요청 등을 위해 친분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인적 편의와 비용 절감 차원의 필요성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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