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군산조선소, 그 다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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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선소는 배를 지을 공간, 즉 도크(Dock)가 없다. 업황이 좋아 도크가 꽉 찬 탓도 있지만, 물리적 공간 자체가 부족한 측면도 크다. 수주 물량이 쌓여가도 이를 소화할 장소가 부족하니 일부 물량을 중국 도크에 맡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종종 조선·해운업계 관계자들이 중국에서 선박 건조 상태를 점검하고 결함을 확인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처럼 ‘일감 부족’이 아니라 ‘도크 부족’에 시달린 국내 조선업계에 군산조선소 매각 소식은 반가운 이야기다. HJ중공업을 자회사로 둔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최근 군산조선소를 인수했다. 이에 선박 블록 건조 수준으로 가동되던 조선소가 연간 대형 벌크선 10척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도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해외로 향하던 물량을 국내로 되돌릴 여지도 생겼다. 향후 특수선·대형선의 생산 기지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추진의 교두보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군산조선소는 지리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남해안에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던 조선 인프라에 서해 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가 본격 활성화하면 군산-목포-거제-부산-울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생산 고리가 만들어진다. 특히 울산-거제-군산이 삼각 축을 이루며 거점 역할을 한다면 생산 업무를 분산하고 리스크를 나누는 동시에, 급증한 수주 물량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남해안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산업단지는 빠르게 위축됐다.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산업 생태계도 약해졌다. 이 가운데 군산조선소가 활성화하면 멈춰 있던 지역 산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계기가 서해안을 넘어 남해안 지역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도 기대해 본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도크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숙련공 부족 문제가 가장 큰 변수다.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군산조선소는 도크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선박 건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숙련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 지역으로의 청년 인력 유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편 항간에선 도크가 늘어나다 보면 진도 등 추가 거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으냐는 기대도 나온다. 조선업 호황으로 생산 기반이 점차 확장될 수 있다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군산조선소가 그 가능성을 현실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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