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가 상승 등 간접효과도 고려
“외환시장 안정·무역금융 지원해야”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 상승이 원자재 수입 비용과 국내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환율 변동이 수출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기업 비중은 38.2%로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반면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 기업 비중은 80.1%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출·수입 거래에 따른 직접 효과뿐 아니라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간접 효과까지 반영한 결과다.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인건비와 물류비, 전력비 등 주요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이 확대된다. 특히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구조가 많은 국내 제조업은 생산비 증가 압박이 불가피하다. 무협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도 영업이익률 상승폭이 0~2%포인트(p) 수준에 그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이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철강과 석유화학, 항공 등은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장기화 시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업 수익성은 직접적으로 압박받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와 선박, 자동차 부품 등은 환율 상승 시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완성차 업계 역시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판매보증 충당금이 변수다. 판매보증 충당금은 무상 보증과 수리 서비스 비용을 판매 시점에 반영하는 회계 항목으로, 달러 기준으로 적립되는 경우가 많아 환율 상승 시 원화 기준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
산업계에서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주간 거래에서 장중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계 전반적으로 환리스크 대응력을 높이는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도원빈 무협 수석연구원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운전자금, 만기연장, 금리우대 등 무역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환헤지 비용 지원(선물환·옵션·환변동보험 등 수수료와 보험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