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끊임없는 도전’이 만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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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를 구매해 일주일째 사용 중이다. 써보니 삼성이 이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에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이 들어가 기존 스마트폰을 또 한 단계 뛰어넘었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전화걸기나 일정관리는 기본이고 피자 배달주문까지 가능하다니. 필자는 오래전 삼성 휴대폰 개발자와 상품기획자로 일하며 갤럭시 시리즈 출시를 지켜본 경험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기술 불확실성 … 경쟁·다양화로 승부

출시 당시로 돌아가 보자. 스마트폰 시장은 심비안 운영체계의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었다. 2007년 애플이 아이오에스 기반 아이폰을 출시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삼성은 2010년 갤럭시 시리즈를 발표하며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아이오에스와 안드로이드로 양분됐고 핀란드 경제를 견인하던 노키아 휴대폰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삼성은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선택은 담대한 도전이었다. 무모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러한 선택이 가능했을까.

첫째는 대비이다. ‘가외성’이라고도 부르는데, 비행기 운항을 기장 한 명에게만 맡기지 않고, 부기장을 두는 것과 같다. 애플 앱스토어에 전 세계가 열광하자 삼성 역시 ‘바다’라는 자체 운영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드로이드폰뿐만 아니라 윈도모바일폰, 심비안폰까지 동시에 개발했고, 리눅스폰도 시도했다. 하나도 어려운데 모두 추진하다 보니 불만도 있었지만, 멀티플랫폼 전략은 성공의 기초가 됐다.

둘째는 경쟁이다. 삼성은 한 팀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다. 일찍이 수원 개발팀과 구미 개발팀의 경쟁을 통해 하드웨어 혁신을 끌어낸 바 있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먼저 나온 것은 윈도모바일 기반의 옴니아였다. 애플의 대항마로 불리며 마케팅 자원이 총동원됐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얻지 못했다. 삼성은 곧바로 다른 개발팀이 준비하던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시리즈를 발표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셋째는 학습이다. 가능성이 확인되자 삼성은 안드로이드에 집중했다. 그러나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운영체계마다 특성이 달라 기존 개발자들이 하루아침에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학습조직을 꾸려 새로운 운영체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삼성 개발팀에서는 세미나와 기술공유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전략에 맞춰 역량을 키우는 학습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다양한 수요 맞춘 갤럭시폰 ‘우뚝’

마지막으로, 다양화이다.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면서도 고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변주를 시도했다. 갤럭시 노트와 엣지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화면을 고집하던 애플과는 다른 세그먼트 전략이 유효했다. 갤럭시 플립과 폴드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삼성은 누구도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제조업체가 됐다. 한때 ‘아재폰’이라 불리던 갤럭시 폰은 이제 MZ세대의 사랑까지 받는 휴대전화로 탈바꿈했다.

같은 기술을 갖고도 어떤 기업은 기회를 잡았고 어떤 기업은 사라졌다. 차이를 만든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내부경쟁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만들며 학습하고 시장요구에 맞춰 또다시 변화하는 도전 말이다. 오늘 우리가 손에 쥔 갤럭시 폰은 그러한 도전들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삼성은 이제 인공지능을 내재화하며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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