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쇼츠부터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화면을 계속해서 스크롤 해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두쫀쿠(두바이 쫀득쿠키)를 이을 유행"이라는 소개와 함께 새로운 간식이 등장하고, 누군가는 오픈런 후기를 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말로 관심을 끌죠. 그렇게 어떤 간식은 하루아침에 '요즘 제일 핫한 유행'으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유행,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었던 디저트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또 다른 메뉴가 채우는 일이 반복되는데요. 유행이 뜨고 지기까지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죠.
요즘 간식 유행은 맛집 탐방이라기보다 하나의 콘텐츠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SNS를 뒤덮은 이 간식들, 정말 '유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두쫀쿠가 피드를 뒤덮더니 이제는 또 다른 메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오리온의 '촉촉한 황치즈칩'인데요. 스테디셀러인 기존 '촉촉한 초코칩'을 치즈 맛으로 변형해 선보인 제품입니다. '촉촉한 초코칩' 시리즈답게 부드러운 과자 위 치즈 토핑을 올렸죠. 고소한 치즈 풍미로 입소문을 탔죠.
관심이 폭증한 건 이 과자를 이제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은 '촉촉한 황치즈칩'을 올봄 시즌 한정판으로 출시했는데요. 단종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인기에 더욱 불이 붙었죠. 16개입(320g) 한 상자는 대형 마트에서 4480원에 판매되곤 했는데,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 이커머스 판매자는 수배의 웃돈을 얹어 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13일 기준 쿠팡에선 4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매일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는 중입니다. 당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황치즈칩 한 상자를 2만원에 판매하는 등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초코 바게트, 창억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달 초 X(옛 트위터)에서는 대전의 한 개인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초코 바게트가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바 있습니다. 묵직한 바게트 사이 초코 테린느를 끼워 넣은 비주얼은 191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8500회의 리트윗, 1만1000회의 '좋아요'를 받았죠. 전국 카페와 베이커리에서도 잇따라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에서도 최근 초코 바게트 사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버터를 더한 '초코 버터 바게트'가 출시됐습니다.
창억떡은 7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광주 여행 영상에서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차에서 호박 인절미 떡을 맛본 이들이 "차원이 다르다"고 감탄하는 모습이 웃음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아낸 건데요. 해당 영상에는 "개별 포장된 떡도 맛있지만 바로 먹을 거라면 한 판짜리 떡을 추천한다" 등 현지인들의 '꿀팁'이 더해지면서 궁금증을 더욱 키웠죠. X에는 영상을 보고 같은 떡을 사 먹어 본 네티즌들의 후기가 즐비합니다.
여기에 중국에서 유행한 버터떡도 국내 카페와 베이커리들이 관련 메뉴를 선보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MZ세대 사이 유행한 버터떡, 한국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 사이 반짝 관심을 얻은 바 있는데요. 최근 SNS를 통해 재조명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는 중이죠.

특정 간식이 SNS를 타고 폭발적인 관심을 얻는 흐름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닙니다. 다만 눈에 띄는 건 유행의 속도입니다. 하나의 메뉴가 등장해 전국으로 퍼지고, 또 다른 유행으로 교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죠.
대체로 흐름은 비슷합니다. 먼저 SNS를 중심으로 특정 간식이 관심을 끕니다. 이어 조회 수를 겨냥한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로 확산하는데요. '오픈런', '품절',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같은 키워드가 붙으며 관심이 폭발합니다.
여기까지가 유행의 정점이라면, 다음 단계는 대중화입니다. 자영업자 사이 빠르게 유행이 확산하고, 편의점이나 대형 식품 기업도 이를 변형한 제품을 내놓습니다. 개인 매장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상품이나 협업 제품으로 등장하는 일도 흔해졌죠.
다만 이 과정이 너무나 빠르게 반복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피로감도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디저트 유행이 수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불과 수 달 만에 관심이 식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유행이 정점을 찍기도 전에 이미 다음 간식이 등장하는 셈입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SNS 중심 소비 구조가 적잖은 영향을 줬습니다. 두쫀쿠부터 버터떡까지 '유행'으로 언급되는 간식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화제가 되는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구매 및 시식, 혹은 직접 이를 만들어보는 리뷰가 숏폼 콘텐츠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단 한 번 경험해보자'는 수요가 단기간에 몰립니다.
여기에 편의점과 식품 기업 등이 참전, 유사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면서 유행을 좇는데요. 동시에 유행의 생명력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누구나 집 앞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순간 유행의 가장 큰 매력은 사라지기 때문이죠.

유행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식문화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의 주도로 특정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노출하면서 화제를 만들고 이를 소비하는 구조가 노골적으로 반복된다는 분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은 '맛있는 먹거리'라기보다 조회 수를 끌어올릴 콘텐츠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강렬한 비주얼이나 자극적인 리뷰가 숏폼 콘텐츠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관심을 끌지만, 실제로는 맛이나 완성도와 무관하게 유행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특히 버터떡을 향해선 다소 냉소적인 시선도 동시에 나옵니다. 두쫀쿠부터 초코 바게트, 촉촉한 황치즈칩 등이 기존 유행, 혹은 스테디 셀러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더해 재해석의 과정을 거쳤다면 버터떡의 경우 해외에서 이미 정점을 찍은 유행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건데요.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흐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포착됩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인 SNS 스레드 게시판에서는 버터떡을 두고 "사실 왜 유행하는지 의문", "인위적으로 유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맛도 '우와' 놀라는 포인트가 없긴 하지만 또 맛이 없는 것도 아니라 애매하다", "손님들이 찾긴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SNS가 일상적인 소비 채널이 되면서 음식 역시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요즘,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지금 화제가 되는 것을 경험해봤다'는 참여 자체가 중요한 가치가 된 셈입니다. 이에 버터떡처럼 SNS에서 화제가 되는 간식들이 오랫동안 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지금 피드를 채운 이 디저트들이 오래 남을 트렌드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다음 타자'에게 순식간에 자리를 내줄지…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일찍이 후자를 점치는 모양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