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빛원전 5호기 부실 용접 사건’으로 338억원 규모의 재시공 비용을 지출한 두산에너빌리티가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자사 과실로 인한 사고 수습비용 전액을 지급받게 됐다.
부적합 소재 사용, 무자격 용접사 투입 등 기업의 관리 부실이 초래한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를 떠안게 된 조합은 조합원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 즉시 항소에 나섰다. 이미 지연이자만 40억 원대에 달해 항소심을 거치며 400억원 규모로 불어날 최종 비용 책임을 둘러싼 맞대결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김형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공제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38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용접 과오로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한빛원전 5호기가 가동 중단됐고 이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두산이 (재시공에 지출한 돈 외에도) 8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사고 수습 금액으로 지불한 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만큼,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이 ‘공제계약’에 따라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8년 6월 한수원과 42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약 3년간 한빛원전 5호기 헤드 관통관에 부식과 균열을 막기 위한 용접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 무렵 두산에너빌리티는 조합에 468억원을 내고 손해배상 공제계약도 체결했다.
통상 원전 등 건설기업은 시공 중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나 예기치 못한 결함으로 인한 천문학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업계 전용 보험'인 공제보험을 든다.
문제는 정비를 마친 한빛원전 5호기가 2020년 10월 재가동되는 과정에서 오작동을 일으켜 원자로가 자동 정치하는 사고가 불거지며 시작됐다.
사안을 조사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로 헤드 용접부에 부식에 강한 니켈 특수합금 제품이 아닌 규격에 맞지 않는 스테인리스 재질이 사용된 사실을 밝혔고, 그 과정에서 무자격 하청업체 용접사가 작업에 투입되는 등 부실 시공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그해 12월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부실공사 등 계약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잘못된 용접을 모두 제거한 뒤 재시공하면서 338억원을 지출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조합에 ‘재시공에 든 돈을 보상해달라’고 공제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은 통상 계약내용에 따라 조합원의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두산이 청구한 금액 중 노무비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조합의 책임비율을 80%로 낮춰달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맞섰다.
소송 과정에서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조합이 두산에너빌리티에 거액의 공제금을 지급할 경우 향후 감당해야 할 ‘재보험료’ 할증 문제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 업계의 공제조합들은 대형 사고를 대비해 더 큰 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어 위험을 분산하는데, 조합원과의 소송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이후 재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 손을 들어줬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조합이 맺은 공제계약에 따라 조합원이 실제로 부담한 손해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