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화 대체할 새 시대정신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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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에 몸담고 있다보면 화석연료 기반 산업으로서 석탄·석유와 함께 녹색전환(GX) 시대에 맞지 않는, 줄여야 하는 비즈니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익숙한 산업군의 시각으로 보면 사양산업 쪽으로 분류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GX 시대와 더불어 맞이할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시스템을 염두에 두면 LNG 산업은 오히려 긴요한 핵심 솔루션이 된다. 수소와 LNG는 동일한 가스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스배관망이나 가스수급시스템 역시 LNG처럼 수소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바탕 ‘AI 강국’ 전환 꾀해야

더 나아가 인공지능전환(AX)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데이터시스템은 반드시 냉각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도 데이터시스템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데이터시스템을 최적으로 운용하는 데 관건이 된다. 그런데 LNG 냉열은 LNG가 에너지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데이터시스템 냉각 전력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소 GX 시대와 데이터시스템 AX 시대에 LNG 산업은 오히려 미래 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산업강국을 만들어낸 제조산업을 AX와 GX를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스템 내지 솔루션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더 이상 과거 반세기 동안 우리를 일으켜 세웠던 산업시대의 근면성실한 자세와 ‘잘살아 보세’ 정신만으로는 인공지능 강국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인공지능(AI) 강국 역시 지금까지 산업강국을 키워온 제조산업을 바탕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와 여건, 그리고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감안하면 제조산업의 인공지능화와 그린화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서는 제조산업 기반의 인공지능 강국은 쉽지 않다. 제조산업을 물적 토대로 하되 산업시대의 정신과는 확연히 다른 인공지능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제조시스템 내지 솔루션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예컨대 제조과정에서 AI 팩토리에 기반한 최적의 제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제조산업의 공정기술과 노하우 등이 모두 산업데이터로 축적되어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조산업과 연관 산업, 나아가 경제활동 전반에 제품이 생산·활용되는 데이터가 계속 피드백되어 소프트화까지 포괄해야 AX에 걸맞은 제조혁신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미션을 우리가 축적해온 산업시대의 인적자원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근면성실한 자세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정신만으로 이러한 인공지능 제조강국을 이끌 수는 없을 듯하다.

AI시대 신세대가 산업 전면 나설 때

최근 택시를 꽤 오래 타고 가면서 60대가 넘어 보이는 기사분과 손님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본인의 택시 경험으로 한국인은 젊을수록 더 나이스하고 예의를 갖춘 글로벌 마인드에 가까운 편이라는 주장이다. 나의 과거 경험과 지금까지 함께 조직에 몸담고 있었던 젊은 세대를 떠올려 보니 나 역시 공감이 되었다. 한국이 축적해 온 인적자원은 세대를 거치며 훨씬 더 나이스하고 창의적이며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기와 예를 갖추게 된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시대에 교육을 받고 1만달러 시대에 조직생활을 경험한 세대는 산업시대에 어울리는 자세와 태도를 갖추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강국을 꿈꾸는 미래 한국은 GDP 3만달러 시대에 교육을 받고 조직 경험을 쌓은 젊은 세대에 맡기는 것이 맞을 듯하다.

우리 사회의 주요한 요소와 부문에 젊은 한국 세대가 어느 정도 임계점(Threshold) 내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자리 잡는 것 역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회 각 부문에서 성평등이나 소수자 우대를 비율 할당이나 평가 가점 등의 형태로 반영하듯이 젊은 세대에게도 그러한 기회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국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젊은 세대가 임계점을 넘어설 때 인공지능 강국으로의 도약도 확실해지지 않을까?

최소한 사회 곳곳에 정치·경제·문화 모든 부문에 걸쳐 단지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대우를 받고 또 대우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산업시대를 마치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면서 점차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정치 현장에서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 다툼이나 학계·연구계에서의 층층시하식 태도는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바꾸어야 할 시대착오적인 모습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를 주도하는 사람 자체가 새롭게 바뀌는 것이야말로 결국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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