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난달 말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13일로 2주째를 맞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잠깐의 혼란(Brief Disruption)’이라고 규정했지만 14일도 안 돼 세계 경제ㆍ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란 공습은 이제 거의 2주째에 접어들었으며. 이미 여행 패턴, 에너지 의존 구조, 생활비, 무역 경로, 외교 동맹 등 글로벌 질서의 여러 축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다른 어떤 갈등보다 글로벌 안보 질서와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동안 키프로스와 아랍에미리트(UAE)처럼 중동지역 분쟁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던 국가들조차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았다.
이 전쟁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하며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계산법과 중국의 경제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계속 확대하고 이란이 반격 수위를 높여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더욱 제한할 경우 국제유가 변동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미 미국 대통령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기억인 ‘스태그플레이션(성장 정체와 물가 폭등)’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쟁의 직접적인 충격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지역 전역에서 벌어진 군사적 충돌로 1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핵심 인프라와 환경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연료 저장시설을 공습한 이후 이란 테헤란에는 유독성 연기가 퍼지고 ‘검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번 전쟁은 페르시아만(걸프해역) 국가들의 경제 기반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걸프 국가들은 불안정한 중동 속에서도 안전한 투자처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보다 걸프 국가들을 더 많이 공격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5성급 호텔이 피해를 입고 담수화 시설이 손상됐으며, 관광객들의 대규모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공항도 공격을 받았다.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두바이는 슈퍼리치들의 휴양·소비 중심지로 명성을 쌓아왔지만,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탈출 사태가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유럽 정부는 한때 평화로운 휴양지였던 그곳에 고립된 자국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초기 대응 지연 논란 이후 전세기 20편 이상을 투입해 수천 명의 미국인을 대피시켰다.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의 평판 손상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에밀 호카옘 중동 전문가는 “걸프 국가들의 진짜 자산은 석유나 자본이 아니라 ‘신뢰’였다”면서 “이란은 이 국가들이 투자자들에게 보여온 ‘안전한 비즈니스 환경’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을 노렸다”고 풀이했다.
전쟁의 영향이 가장 먼저 체감된 곳은 세계 각국의 주유소였다.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자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다. 최근 일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유가 충격이 수주 이상 지속되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이치방크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과 서방 선진국에서 발생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발할지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역시 이번 전쟁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중국 기업들의 중동 시장 의존도도 상당하다. 중동 경제가 흔들릴 경우 중국 수출, 더 나아가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유가 상승은 러시아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 수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이 격화될수록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 공격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요격 미사일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전쟁은 과거 미국의 주요 군사 개입과 비교해 대중적 지지가 상당히 낮다. 민주당은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문제 삼으며 생활비 부담을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2기 임기 중 미국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려 했던 행사, 즉 6월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란은 대회 참가 예정 국가지만 팀이 실제로 참가할 수 있을지, 참가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 불확실하다.
아흐마드 도냐말리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이날 “이란 축구대표팀이 6월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력을 강조하며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양국은 전쟁의 목적이나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에 따른 희생으로 사망한 미군 병사들은 인정했지만, 유가 상승 같은 경제적 피해는 일시적이라고 일축했다.
동시에 전쟁 이후 이란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특히 이란 경제 붕괴가 새로운 난민 물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약 10여 년 전 중동·아프리카 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됐고, 이에 독일 등에서 극우 정치 세력이 급부상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전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일주일 넘게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목표 중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면서도 “전쟁이 계속될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 무엇보다 이 전쟁을 신속하고 설득력 있게 끝내기 위한 공동의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