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주주환원 등 기업 밸류업이 강조되면서 식품업계 지배구조 변화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샘표와 오뚜기는 아직 보유한 자사주 소각이나 처분 등 구체적인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역시 관련 안건이 다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식품업계는 자사주 비중이 높고 영업이익률이 낮으며 배당성향이 낮은 편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샘표와 오뚜기의 자사주 비중은 각각 29.9%, 14.2%로 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50대 주요 기업의 지분율이 평균 5%가 되지 않으며 주요 식품사들도 10%가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앞서 6일부터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해서는 1년,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는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고자 할 때에는 보유 목적과 기간을 담은 계획을 마련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정 상법은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관행을 제한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동안 자사주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기업 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3차 상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 전략과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의 경우 소각이나 처분 여부가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오너 중심 지배구조가 강한 곳이 많아 자사주가 경영권 안전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자사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샘표, 오뚜기 등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샘표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바가 없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큰 방향 아래 여러 요소를 함께 검토하며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태도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현재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바가 없으며, 구체적인 회사의 재무 상황, 주주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빠르게 주주환원에 속도를 내는 식품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10만 주 소각 안건을 상정했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소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빙그레도 최근 발행 주식 총수의 약 3%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28만6672주, 금액으로 약 64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기업의 움직임이 개정 상법 시행에 앞선 선제적 대응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도 법률, 세무 등 리스크 대응 관련 인선 등 변화 조짐이 보인다. 삼양식품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목승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농심은 이성호 법무법인 해송 대표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오리온의 경우 이현규 세무법인 아림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밸류업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