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각형·전고체 주력…“美등록 특허 1200건 이상”
SK온 예방·보호·예측 3단계 ‘안전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을 돌파하기 위한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각사는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신규 시장 진입을 가속화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부대행사인 ‘더배터리컨퍼런스’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차세대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을 발표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는 자사의 R&D 전략을 ‘시간의 압축과 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의 축적은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지식재산권(IP)으로 확보하는 것”이라며 “시간의 압축은 30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전환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R&D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한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고도화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CTO는 “프리미엄용 원통형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하이니켈”이라며 “니켈 함량 94% 제품은 이미 양산하고 있고 95% 제품도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와 관련해 경쟁사 대비 3배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망간리치(LMR),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소재 혁신뿐 아니라 건식전극과 같은 공정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해선 “소듐이온 배터리는 12V, 24V용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 차량에 탑재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 역시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파일럿 샘플을 평가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 CTO는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AI 에이전트를 전 영역에 도입하고 있다”며 “소재 개발부터 셀 설계, 수명 진단·예측, 생산 최적화까지 AX(AI 전환)를 추진하고 다양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각형·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명칭인 ‘프리즘스택(PrismStack)’과 ‘솔리드스택(SolidStack)’도 처음 공개했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 미국에서 등록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는 1200건이 넘는다”며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은 600건 내외, 국내 경쟁사들은 30~40건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 소장은 “ESS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형 폼팩터와 LFP 조합이 강점을 가질 것”이라며 “낮은 가격과 장수명,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고, AI 기반 학습을 통해 배터리의 이상 징후를 조기 진단하는 ‘삼성 배터리 인텔리전스(SBI)’를 탑재한 ‘삼성 배터리 박스(SBB) 2.0’ 제품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슈퍼커패시터 없이 대응할 수 있어 설비투자(CAPEX)를 40%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무정전전원장치(UPS) 제품은 나트륨 배터리를 적용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 역시 각형을 기반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로보틱스에도 적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 소장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11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며 “연말까지 제품 개발과 검증을 마치고 내년부터 양산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UAM은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를 통해 경량화 수요에 대응한다.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은 ‘신뢰 밀도(Trust Density)’를 높이기 위한 안전성과 신뢰성 기술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박 원장은 “전기차뿐 아니라 상용차, 전기버스, 데이터센터, 선박, UAM, 휴머노이드까지 우리의 생활 전반이 배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SK온은 예방(Prevent), 보호(Protect), 예측(Predict) 등 ‘3P-제로(0)’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 코팅 기술과 내열성이 강화된 분리막 등을 적용해 셀 자체의 화재 위험을 줄이고, 배터리 양산 단계에서 발견된 안전 데이터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반영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열 관리 효율을 높이는 바텀 쿨링, 액침냉각 침지, 대면적 냉각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레이저를 통해 가스 배출구를 원하는 위치에 구현하는 ‘각형 온 벤트 셀’ 기술과 파우치 셀을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아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전성을 높인 팩 기술을 공개했다.
소재 개발부터 제조 공정까지 AI 기술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체계도 구축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실제 제작 없이도 성능을 예측하고, 제조 과정에서는 비전 AI로 불량 셀을 검출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회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결국 소비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발한 사람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신뢰 밀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