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석유 최고가격제’…어떻게 작동할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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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펌프. (AP/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선을 위협받으면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30여 년 만에 도입이 가시화된 ‘석유 최고가격제’입니다. 아직 세부 고시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해 온 그간의 기조를 깨고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되는 작동 방식과 쟁점, 그리고 과거 유가 자유화 이전의 역사적 맥락까지 종합적으로 짚어봤습니다.

1996년의 전환점, 그리고 1997년 유가 자유화의 역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최저가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44.7원을 나타냈다. 휘발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유 가격은 1915.4원으로 4.8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의 리터당 2000원 돌파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제(가격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석유 최고가격제는 사실 과거 대한민국 경제에서 익숙한 제도였습니다. 1970~8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정부는 물가 안정과 에너지 수급을 위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을 직접 책정하고 통제해 왔습니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시장 원리에 따른 경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96년을 기점으로 유가 책정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가격 통제를 서서히 풀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쳐, 마침내 1997년 1월 1일부로 유가 자유화 조치가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최고가격제가 실제 도입된다면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가격 개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통제 대상과 산정 방식, 아직은 ‘미확정’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최저가 주유소 일부 주유기에 휘발유 재고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44.7원을 나타냈다. 휘발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유 가격은 1915.4원으로 4.8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의 리터당 2000원 돌파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제(가격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제도가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쟁점은 가격 통제의 ‘타깃’이 어디냐는 것입니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 자영, 알뜰주유소 등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현 단계에서 적용 범위는 전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최고가격 산정 방식 역시 미정입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하는 방식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업계의 일반적인 추정일 뿐, 공식적으로 확인된 기준은 아닙니다. 정부는 실효성과 부작용을 모두 고려해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급 절벽 우려…거론되는 보완책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최저가 주유소 일부 주유기에 휘발유 재고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44.7원을 나타냈다. 휘발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유 가격은 1915.4원으로 4.8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의 리터당 2000원 돌파가 가시화되자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제(가격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최고가격제와 같은 강력한 시장 통제 정책은 부작용을 동반할 위험이 있습니다. 가격 통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공급자가 판매를 기피하거나 수출로 물량을 돌려 국내 시장에 ‘공급 절벽(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이 가능성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2주 단위의 가격 조정 주기 설정이나,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시장에 의무 판매하도록 하는 ‘매점매석 고시’ 병행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불가피한 업계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내용들은 현재 확정된 팩트가 아니며, 정부는 소비자 지원 방안 등과 함께 종합적인 유가 안정망 구축을 위해 다각도의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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