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발성골수종 혈액암 환자의 B형간염 바이러스(HBV) 재활성화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향후 선별적 항바이러스 예방 치료를 실시하고, 고위험군의 간 관련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성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제1저자 탁권용 임상강사)은 항CD38(anti-CD38) 항체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혈액암 환자의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발생률과 위험도 층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동일한 anti-CD38 치료를 받더라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고위험 하위군이 존재함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 간질환 분야 권위 학술지인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IF 33.0)에 게재됐다.
과거 B형간염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은 면역억제 치료 환경에서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해 급성 간염·간부전·사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anti-CD38 항체는 강력한 면역조절 효과가 있어 1차 치료부터 재발/불응 단계를 아우르는 핵심 약제로 쓰인다. 다만 CD38은 골수종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형질세포와 면역조절세포에도 광범위하게 발현돼 항종양 효과와 동시에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면역 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 재활성화 위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가이드라인에서도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일괄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 ‘회색지대’가 존재했다. 실제 발생률과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입증한 실사용 데이터도 부족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anti-CD38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709명 중에서 과거 B형간염에 노출된 환자(anti-HBc 양성, HBsAg 음성) 180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중앙 추적 관찰 기간은 14.5개월로, 이 중 14명(7.8%)은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한 환자였으며 166명(92.2%)은 예방 치료 없이 1~3개월 간격으로 바이러스 지표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예방 치료 미시행군 166명 중 B형간염 재활성화가 확인된 경우는 13명(7.8%)이었다. 이 수치는 유럽간학회(EASL) 임상 가이드라인이 정의하는 중등도 위험군(1~10%) 범주에 해당하며, 현행 지침에서는 이 범주의 환자에게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일괄 권고하지는 않는다.
연구팀은 동일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재활성화 위험도가 균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예방 미투여군 내 독립적 위험인자를 다변량 분석으로 도출했다. 그 결과 △기저 anti-HBs 수치 100IU/L 미만 △재발·불응 단계에서의 치료 시작 등이 재활성화를 예측하는 핵심 인자로 확인됐다.
이 두 인자를 조합해 환자를 4개 하위군으로 층화 분석한 결과, 저위험군(anti-HBs≥100IU/L+1차 치료)에서는 전체 추적 기간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고위험군(anti-HBs<100 IU/L+재발/불응 치료)에서는 중앙 추적기간 10.6개월 동안 약 19.6%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했으며 24개월 누적 발생률은 약 4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고위험군은 기존 EASL 분류 기준으로는 여전히 ‘중등도 위험(<10%)’으로 분류돼 예방적 항바이러스 투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의 일률적인 위험 분류 체계만으로는 식별하지 못하는 예방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예방 치료를 시행한 14명에서는 재활성화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증 간염과 간 관련 사망은 예방 미시행군, 고위험군에서만 발생했다.
제1저자인 탁권용 임상강사는 “anti-CD38 치료는 혈액암 치료에서 점점 더 앞선 단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간염 재활성화 위험 평가 역시 정밀해져야 한다”라며 “anti-HBs 수치와 치료 이력을 반영한 위험도 분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