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중동 전쟁의 향방에 따라 유가와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전쟁이 꽤 빨리(pretty quickly) 끝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뉴욕증시는 반등했다.
브렌트유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배럴당 88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0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중동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오늘 아침 숫자를 확인해 보니 유가가 많이 떨어졌더라”며 “뉴욕의 3대 지수도 모두 올랐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유가 하락의 배경으로 두 가지 요인을 언급했다. 그는 “G7 재무장관들이 전략비축유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 유가를 진정시킨 첫 번째 요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행사에서는 전쟁이 끝나간다고 했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며 “향후 발언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율 상승을 통해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결국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연간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수입한다”며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투자를 줄이며 소비자 역시 소비를 줄이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 교수는 “유가 상승이 오래 지속되면 중앙은행이 대응해야 한다”며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물가가 현재보다 약 3%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물가가 약 2% 수준인데 여기에 3%가 더해지면 5%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대신 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증시 역시 당분간 중동 상황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 교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아침에 두 가지를 확인하라고 말한다”며 “하나는 뉴욕증시이고 또 하나는 유가”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리스크가 우리 증시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미국 증시 조정이 우리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유류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면서도 “경제학자들은 가격 통제 정책에 대체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을 공개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최고가격제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정유사나 주유소가 공급을 줄일 가능성도 있고 결국 재정 투입이 필요해질 수 있다”며 “시장 불공정 행위 단속 등과 함께 부작용을 줄이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