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T·E-글라스 공급 부족 영향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핵심 소재인 유리섬유 공급망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T-글라스(T-Glass) 공급 부족이 이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E-글라스(E-Glass) 기반 반도체 기판(PCB) 소재 일부 제품까지 단종되면서 기판 업체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최근 고객사에 E-글라스 공급 중단으로 PCB 소재 일부 제품을 단종한다는 공지를 전달했다. 해당 소재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오는 3월 31일까지 마지막 주문을 넣어야 하며 이후에는 추가 주문이 불가능하다.
E-글라스는 PCB에 널리 쓰이는 유리섬유 소재다. 기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뒤틀림과 변형을 억제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판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 소재 공급 변화가 업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밸류체인 구조도 복잡하다. 니토보와 아사히(소재회사), AST 등 유리섬유 업체가 E-글라스를 생산해 공급하면 파나소닉이 이를 가공해 PCB 소재를 만들고 이후 PCB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장기 호황으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소재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번 조치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T-글라스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져 왔다. T-글라스는 역시 기판 생산에 필수적이다. E-글라스가 범용이라면 T-글라스는 고성능 패키지 기판에 쓰이는 고급 소재다.
T-글라스는 일본 니토보가 사실상 공급을 주도하고 있으며 니토보가 이를 동박적층판(CCL) 업체에 공급하면 CCL 업체가 이를 활용해 반도체 기판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AI 반도체와 서버 수요가 확대되면서 기판과 전자부품 시장 전반에서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소재 특성상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몇 분기 동안 T-글라스 공급난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AI 수요에 기반한 구조적인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T-글라스와 E-글라스의 부족 현상에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기판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직접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지만 소재 수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