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부산물 헬륨 부족에 韓 반도체 영향 우려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됐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 여파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까지 뛰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석유 시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되면서 1980년대 오일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을 줄였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도 감산을 시작했다. 쿠웨이트의 저장 탱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는 “해협이 폐쇄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나에게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넘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구간이 약 34km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전 대륙의 농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비료 등도 이 해협을 거쳐 이동한다.
에너지 역사학자 대니얼 예르긴은 “현재 일일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몇 주간 지속된다면 전 세계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이란이 원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시설과 선박을 공격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 경제에 극심한 고통을 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도록 하려는 마지막 수단으로 보인다. 이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지국 분열을 시도하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던 실패한 전략과 유사하다.
해협 봉쇄는 이미 원자재 시장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중동 제련소들이 불가항력 조항을 선언한 이후 알루미늄 가격이 다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공급업체가 납품 실패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적 수단이다. 카타르에서 생산을 축소 중인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완전한 재가동에 6~12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카타르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 에너지 위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석유와 석탄 대신 상대적으로 청정한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크게 늘려왔다.
문제는 이란이 카타르의 라스 라판 가스 단지에 드론을 발사하면서 카타르가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가스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주요 구매국 중 하나인 한국은 겨울 동안 저장량을 확보해뒀지만 천연가스 부산물인 헬륨의 갑작스러운 부족으로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로스 와이노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대만ㆍ인도ㆍ파키스탄ㆍ방글라데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가격 급등으로 이들 국가의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인도에서는 비료 생산업체 등 가스 집약적인 기업들의 생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이 나라의 작물 수확량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