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투자사 ISDS 공방 예고…법조계 “차별 규제·비례성 쟁점”

기사 듣기
00:00 / 00:00

美투자사 5곳 중재의향서 제출…정부 조사 FTA 위반 주장
법무부 대응 착수…피터앤김·아놀드앤포터 자문 선임

▲서울 시내 한 쿠팡 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쿠팡 미국 주주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 대응이 실제 투자협정 위반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1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후 폭스헤이븐, 듀러블 캐피털 파트너스, 에이브럼스 캐피털도 중재의향서를 추가로 제출하면서 분쟁 참여 투자자가 확대됐다.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자체 브랜드(PB) 상품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인 쿠팡을 선별적으로 겨냥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한미 FTA상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공정·공평 대우 의무 등을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주가 폭락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조치는 적법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SNS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노출시킨 쿠팡의 부실한 관리와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쿠팡의 일부 미국 투자사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담아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하고 미국 정부 개입까지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전경. (사진 제공 = 법무부)

법조계에서는 투자사들의 ISDS 제기와 관련해 제소 요건 충족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투자사들이 한미 FTA상 ‘투자자’에 해당해 제소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투자 구조와 정부 조치로 인한 손해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도 나온다.

이은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투자자들이 미국 쿠팡 주식에 투자한 간접 투자 구조인 만큼, 한국 쿠팡 자회사에 대한 정부 조치로 발생한 손해를 투자 손해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 제소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ISDS 제소 요건 자체는 충족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소액 주주의 간접 청구라는 점에서 인용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재로 이어질 경우 핵심 쟁점으로는 정부 조치의 차별 여부와 비례성이 꼽힌다. 오 교수는 “내국민 대우나 최혜국 대우 위반 여부는 국내 통신사나 카드사 등 유사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정부가 국내 기업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제재를 하고 쿠팡에만 강한 조치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공평 대우 위반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조사나 대응 조치가 개인정보 유출 사안의 성격에 비해 과도했는지, 즉 비례성 원칙에 부합했는지가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교수는 “주가라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주가 하락 손실이 정부 조치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또 의미 있는 손해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에 따르면 중재의향서가 제출되면 정식 중재 제기 전까지 약 90일간의 ‘냉각기간’이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분쟁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국내 자문 로펌으로 법무법인 피터앤김을, 국외 협업 로펌으로 아놀드앤포터를 선임한 상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