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에서 데이터센터로…전쟁 표적 된 AI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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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데이터센터 공격은 전쟁의 표적이 에너지 인프라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과거 송유관과 정유 시설이 주요 전략 시설이었다면 이제는 AI 연산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목표물이 되고 있다.

5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데이터센터 3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인프라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며 화재 진압 과정에서 추가적인 침수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기 AWS 애플리케이션의 오류율이 급증했으며 서비스 가용성은 크게 저하됐다.

지난달 27일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중동 분쟁에서 컴퓨팅 인프라가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데이터센터와 이를 지원하는 전력 인프라 역시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이란과 그 연계 세력이 송유관과 정유 시설, 유전 등 에너지 인프라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지만, 공격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금융·물류·클라우드 서비스 등 산업 전반이 의존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냉각 설비, 서버 장비, 건물 등 물리적 인프라 위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는 가상 공간의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에 기반해 작동한다. 이 때문에 군사 충돌이나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하면 물리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 한 AI 업계 관계자는 “전쟁 양상이 AI가 타겟을 찾아서 정밀 타격하는 식의 ‘AI 전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기술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데이터가 눈에 보이지 않는 클라우드라는 공간에 있지만 이를 운영하려면 물리적인 서버와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연합뉴스)

AI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언급하며 이를 핵무기에 비유한 바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와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창업자가 2025년 작성한 ‘초지능전략’ 보고서는 국가 간 AI 경쟁이 심화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첩보 활동, 데이터센터에 대한 물리적 타격 등으로 상대의 AI 프로젝트를 방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가 향후 AI 패권 경쟁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로 데이터센터 의존성이 가져온 보안 생태계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데이터 손실 방지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인프라 다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시설을 넘어 경제와 기술 경쟁, 안보가 결합된 전략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구축해야 안전한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물리적 인프라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지구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하며 우주 기반 데이터 인프라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자연 냉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상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위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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