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이 전사적 확산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에이전틱AI와 소버린AI, 피지컬AI 등 차세대 흐름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해 사업 모델까지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기업은 3곳 중 1곳(3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담은 '기업의 AI 활용 현황 2026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AI 이니셔티브에 직접 관여하는 전세계 3200명 이상의 비즈니스 및 IT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AI 도입은 파일럿 및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에 적용되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의 AI 접근성은 1년 만에 50% 확대됐고, 승인된 AI 툴을 사용하는 비율도 약 40%에서 60%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AI 운영 전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AI 파일럿의 40% 이상을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현재 25%에 그쳤지만, 절반 이상(54%)은 향후 3~6개월 내 해당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해 신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핵심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업은 34%에 그쳤다. 30%는 AI를 중심으로 주요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있으나, 비즈니스 모델 변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나머지 37%는 기존 프로세스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표면적 활용에 머물렀다.
조직 차원의 직무 재설계 역시 더딘 모습이다. 조사에 따르면, AI 역량에 맞춰 직무나 업무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지 않은 기업이 84%에 달했다. 절반 이상(53%)의 기업들은 직원 교육을 통해 AI 활용 역량인 ‘AI 플루언시(AI fluency)'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역할 구조와 업무 흐름, 경력 경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에이전틱 AI, 소버린 AI, 피지컬 AI 등 차세대 AI 흐름과 이에 따른 과제도 짚었다.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2년 내에는 전체 기업의 74%가 최소 보통 수준으로 에이전틱 AI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자율형 에이전트를 위한 성숙한 거버넌스 모델을 갖춘 비율은 21%에 그쳤다.
또한, AI 도입이 기술 경쟁을 넘어 주권과 공급망 안정성, 규제 대응 역량을 포함한 전략적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7%는 벤더 선정 시 AI 솔루션의 개발 국가를 판단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58%는 자사의 AI 스택을 현지 벤더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피지컬 AI 역시 빠르게 확산되며 안전성과 감독의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절반 이상(58%)의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피지컬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2년 내 8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초기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AI 잠재력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AI를 보조 수단이 아닌 기반으로 인식하고 운영·경쟁·성장의 토대로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도입을 넘어 실제 활용과 전사적 확산을 가속화하고, AI 중심의 업무 재설계와 거버넌스 구축, 데이터·인프라 현대화를 병행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재민 한국 딜로이트 AI 통합 서비스 그룹(One AI) 리더는 "기업들은 실험 단계를 넘어 AI를 비즈니스의 핵심에 통합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깊이 내재화했는지에 달려 있는 만큼, AI를 경영의 기반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