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환율 1500원 돌파 충격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발동

코스피가 이틀 새 115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시가총액 817조원이 증발했다. 대한민국 정부 1년 예산(728조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4일 하루 하락률만 12.06%로 2001년 9·11 테러 직후 이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동발 전면전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증시는 패닉 장세로 빠져들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52.22포인트 급락으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낙폭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틀 동안 지수는 총 1150.59포인트 밀렸다.
하락률 역시 -12.06%로 종가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하락률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2일의 -12.02%였다. 이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11.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6% 등이 뒤를 이었다.
지수 급락과 함께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5146조원에서 4일 4194조원으로 감소했다. 이틀 사이 약 951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올해 예산(728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급락 과정에서 시장 안전장치도 잇따라 작동했다. 프로그램 매매를 제한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넘게 급락하면서 두 시장의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된 것은 2024년 8월 5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닥도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14.00%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 하락률은 2020년 3월 19일 기록한 -11.71%였다.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이틀째 급등했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보다 3.66달러(4.71%) 상승했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33달러(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역시 급등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05.8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심리적 방어선인 1500원을 돌파하자 통화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초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을 위해 스위스 바젤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출국을 미루고 금융·외환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오후 3시30분 종가)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증권사·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지수 단기 급등 부담과 차익 실현 심리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며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만큼 추가 하방 압력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