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해든이 사망 사건 홈캠 조명…들끓는 분노와 신상 공개

분노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생후 4개월 영아 사망 사건 일명 ‘해든이 사건(*가명)’을 다룬 직후였죠. 방송이 공개한 홈캠 영상 속 장면은 시청자들의 감정을 단숨에 끌어올렸는데요. 화면에 담긴 것은 말 그대로 폭력이었습니다.
아이를 향한 거친 손길, 반복되는 폭언, 그리고 둔탁한 소리. 방송이 끝나자 온라인 공간은 그야말로 들끓었죠. “엄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고 사건 관련 여러 의견과 자료들이 공유됐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30대 여성 A 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물에 빠졌다”고 신고했습니다. 욕조에 아이를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뒤늦게 발견했다는 설명이었죠.
그러나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의 상태는 단순 익수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의료진은 개복 수술 과정에서 복강 내 약 500cc에 달하는 출혈을 확인했는데요. 생후 4개월 영아에게 치명적인 수준이었죠. 뇌출혈과 갈비뼈를 포함한 20여 곳의 골절도 발견됐는데요. 부검 결과 사인은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었죠. 법의학 전문가는 반복적이고 강한 외력이 작용한 외상성 손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안방 홈캠 영상은 부모의 진술을 뒤집는 결정적 단서가 됐는데요. 사건 당일, 욕실로 향한 뒤 카메라가 비치지 않는 공간에서 폭언과 둔탁한 타격음이 반복적으로 들렸죠. 낮 12시 3분께 아이의 숨소리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A 씨가 119에 신고한 시점은 27분이 지난 뒤였는데요.
열흘 전부터의 영상에는 실제로 신체적인 위력을 가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죠. 검찰은 A 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로 변경해 기소했는데요. 친부는 방임 혐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방송 이후 온라인의 반응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섰습니다.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주소와 사건번호, 피고인 이름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줄지어 올라왔고요.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는 문구가 복사돼 공유됐고 반성문 제출 횟수까지 정리한 게시물도 등장했죠.
탄원서 작성 예시 문구까지 함께 올라오며 재판부에 우편을 보내자는 독려도 이어졌는데요. 치솟은 분노가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피고인이라는 점과 공소사실의 요지뿐인데요.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가족관계, 과거 일상 사진, 육아 커뮤니티 활동 내역까지 뒤섞여 유통됐습니다. 웨딩사진으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공유됐고 삭제된 블로그 글이라며 재구성된 게시물도 돌았죠.
그중 일부 정보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포함됐는데요. 분노가 커질수록 정보의 경계는 흐려졌죠.
법적으로 보면 형사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데요.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신상공개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일정 범위에서만 허용되죠.
개인이 추가 정보를 캐내 공개하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실명 외에 주소, 가족,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 동의 없이 공개되는 정보는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려면 고소 여부나 게시 내용, 공익성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현실에서는 처벌 사례가 널리 알려진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강력 사건의 가해자가 직접 고소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족이나 무관한 제3자의 정보가 함께 확산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데요. 과거 여러 사건에서 잘못 특정된 사진이나 지인 정보가 퍼지며 수사가 진행된 사례도 있었죠.

문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가 법적 판단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인데요. 이번 사건 역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죠. 법정에서는 영상과 의학적 소견, 진술의 신빙성이 판단 대상이 되는데요. 형량은 여론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감정인데요. 반복적 학대 정황이 드러난 사건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것 또한 자연스럽죠. 그러나 그 분노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신상털기는 일종의 ‘디지털 응징’으로 소비되기 쉽죠. 정의를 대신 집행하는 듯한 감각을 주기 때문인데요. 다만 검증 부분에선 많이 취약합니다.
여수 영아 학대 사건은 부모의 잔혹함뿐 아니라, 분노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증폭되는지도 함께 드러내고 있죠. 엄벌 요구와 사적 제재의 경계,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