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 작전’ 이후 국내 증시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 시장은 유례없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통계적 증거를 근거로 이번 사태가 시장의 장기 상승 흐름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충격 이후 일시적 변동성을 빠르게 극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 작전 역시 이 같은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 이후 발생한 16차례의 주요 지정학적 위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S&P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사건 발생 1주일 후 0.3% 하락하며 단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1개월 후 0.8%, 3개월 후 3.1%, 6개월 후 5.5% 등 반등폭을 키워나갔고, 1년 후 평균 수익률은 1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나 그린란드 확보 시도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돈로 독트린’이 실행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발성에 그쳤다”며 “과거 16번의 지정학 위기 사례가 증명하듯, 이번 공습 역시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공습 직후 미국 시장의 초기 반응도 이 같은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주말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 후 빠르게 반등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 주요 증시도 장 초반의 위험 회피 심리를 딛고 안정을 되찾았다. 문 연구원은 “이 같은 시장 반응은 이번 사태가 단기 변동성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향후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별개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령 중동 지역의 전쟁이 현실화되더라도 국내 증시에 미칠 장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코스피의 4년 고점 대비 최대 하락률(MDD)을 분석한 결과, 위기의 성격에 따라 하락의 깊이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역사적으로 중동 긴장 고조 같은 순환적 위기에서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내외 하락에 그쳤다. 반면 주요국 경기침체가 임박한 추세적 위기에서는 20% 수준의 급락, 금융위기나 팬데믹 같은 시스템 리스크 발생 시에는 30% 이상의 폭락이 나타났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군이 이란의 주요 미사일 시설과 수뇌부를 제거한 현 상황을 시스템 붕괴가 아닌 ‘순환적 위기’ 국면으로 규정했다. 미·이란 충돌이 최악의 전면전으로 번지더라도 코스피는 10% 수준의 가격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한국 증시는 △인공지능(AI) 자본지출(CAPEX) 사이클이 뒷받침하는 반도체 실적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성공 투자 경험으로 단련된 개인 투자자들의 귀환 등 세 가지 강력한 상승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사적 평균 수준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숨 고르기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