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군사력 증강, 美 지원 축소 대비 차원
“핵무장 항공기 동맹국 임시 배치 허용할 것”

미국에 의존해온 유럽의 핵 억지 체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핵전력 증강과 동맹국 배치를 골자로 한 ‘유럽 자체 핵우산’ 구상을 공식화했다.
2일(현지시간) BBC, 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핵잠수함이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를 방문해 핵탄두 증강 결정을 밝히면서 “자유를 원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핵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숫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고, 아무리 거대한 나라라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유를 원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까지 약 540기의 핵탄두를 보유했지만 냉전이 끝난 이후 감축을 진행해 현재는 300개 미만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4위에 해당하는 핵전력이지만 핵탄두 보유량이 5000기 이상으로 알려진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개수다.
AP는 프랑스가 핵탄두 숫자를 늘리는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 늘릴 핵무기의 개수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핵전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기조,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 변경으로 인한 유럽 안보 약화 등을 꼽았다.
또한 프랑스가 핵전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유럽 자체 핵우산 계획의 일환임을 피력하며 핵무기를 탑재한 프랑스 공군기의 유럽 내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미 독일·영국·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스웨덴·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과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를 위한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에 프랑스 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 유럽에는 자체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 영토에 미국의 핵전력이 배치된 것이 전부다. 미국이 핵전력 지원을 철회하거나 축소할 경우 유럽의 대러시아 상대 핵 억지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달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미국의 핵전력 지원 약화를 대비한 유럽 자체 핵우산 논의를 공식화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위급 핵 운영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핵 억지력이 여전히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것은 공통된 인식이다. 나토의 핵 억지력과 핵공유 체계를 보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핵우산 확대는 나토의 핵 전력을 보완하는 성격”이라며 “미국의 핵 억지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