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가 식당가 미관을 해치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실명제' 도입을 시작했다. 그동안 형태만 유지되던 실명제를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수거용기 방치로 인한 악취 발생과 통행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수거용기가 거리에 방치되는 현장 상황은 즉시 해결이 어려운 고차방정식에 가깝다. 3일 김창현 서울 중구 청소행정과 재활용관리팀장은 본지와 만나 해당 문제에 대해 중구만의 지역적 특성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중구 지역은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 잦은 리모델링을 거치며 식당 내부에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결국 업주들이 불가피하게 쓰레기통을 좁은 인도나 바깥 길거리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간 부족으로 거리에 나온 수거용기들은 제집 앞이 아닌 특정 전봇대나 후미진 곳으로 몰리기 일쑤다. 여기에 이름표가 없다 보니 수거용기가 한곳에 쌓여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상황이 반복됐다.
배출 시간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상업지역의 경우 쓰레기는 밤 10시 이후에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영업 종료 전 편의를 위해 초저녁부터 수거용기를 거리에 내놓는 얌체 배출이 늘면서 거리 미관을 훼손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구 무교동과 다동 일대 식당가를 둘러보니 이른 오전 시간대였지만 식당 곳곳에서 수거용기를 거리에 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중구는 식별이 쉽고 훼손되지 않는 특수 스티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매직으로 상호명을 적어두면 세척 시 서너 번 만에 지워지거나, 타 지자체처럼 일반 광고물 스티커를 사용할 경우 눈이나 비에 노출되거나 세척을 위해 뿌린 물에 불어 너덜너덜해지는 부작용이 컸다. 김 팀장은 “이러한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기 위해 책받침 형태의 특수 코팅 처리를 해 글자가 지워지지 않도록 했고, 초강력 특수 접착제를 사용해 거친 환경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했다.
중구 측은 상인들의 불만도 인지하고 있다. 수거용기에 상호가 드러나면서 낮 시간대 무단 배출이 적발되거나 식당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이른바 '악성 민원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중구는 수거용기 실명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정책 안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오히려 다른 식당이 깨끗한 새 수거용기를 몰래 훔쳐 가거나, 용기가 뒤섞여 자기 것을 찾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한 보호 장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구는 수거용기 실명제 안착을 위해 2월부터 4월까지 관광특구이자 음식점이 밀집한 무교동과 다동 지역 음식점 127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및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스티커 제작 단가는 1장당 1000원 수준으로 훼손을 대비해 업소당 4장씩 배부된다. 시범사업 예산은 약 50만원이 투입된다.
구는 시범 운영 중 발견된 스티커 접착력 등 개선사항을 반영해 5월부터 8월까지 중구 전역의 음식점 약 500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대량 제작에 따라 단가는 800원으로 낮아지며 총 16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제도가 충분히 안착할 9월부터 12월까지는 배출 시간과 장소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집중 단속과 실명제 계도를 강력히 병행해 길거리 배출 질서를 확립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