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해법은 ‘재고용’…경총 “임금·직무 유연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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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HR연구’ 2026년 상반기호 발간
“재고용 중심 모델이 가장 현실적 대안”

▲임금·HR연구 2026년 상반기호 표지 (사진제공=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일 ‘고령자 계속 고용 시대, HR 재설계 전략’을 주제로 정기간행물 ‘임금·HR연구’ 2026년 상반기호를 발간했다.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정년 연장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고용 모델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총은 이번 호에서 고령 인력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기존 연공 중심 인사·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논의가 ‘정년 연장’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임금·직무 재설계를 전제로 한 재고용 모델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최현진 콘페리 시니어파트너는 경직된 고용 구조와 다단계 직급 체계, 연공적 보상 방식이 기업 생산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인력이 상수화된 시대에는 성과 중심 보상 운영, 타이트한 승진 검증, 인공지능(AI) 시대 적합 인력 육성・검증 등 인사체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직무별 임금 차등이 단기간에 정착되기 어렵다면 성과 차등(프로핏 셰어링)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저성과자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시니어를 포함한 전 직원 대상 리스킬링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 분석에서는 고령자 재고용으로 정량적 성과를 창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의 재고용 모델이 소개됐다. 김소현 퍼솔코리아 전무는 두 국가 모두 재고용 모델이 주류로 자리 잡은 배경으로 △인건비 관리의 유연성 △직무 재설계 가능성 △세대 간 역할 분담을 꼽았다.

김 전무는 “연공서열 임금체계가 뿌리 깊은 일본은 한꺼번에 강한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의무와 노력 의무를 구분하고, 기업에 복수 선택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했다”면서 “직무 기반 임금체계가 보편화한 싱가포르는 ‘퇴직 및 재고용법’을 통해 재고용을 명시적으로 법제화하고 정년 도달 시 기업이 시장조건에 맞춰 임금과 직무를 전면 재협의할 수 있는 강력한 유연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 ‘토큰’은 시니어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신입사원 적응 기간을 37.5% 단축했고, 싱가포르 ‘DBS 은행’은 시니어 인력을 규정 준수 업무에 배치해 업무 정확도를 높였다.

영국 사례도 제시됐다. 이재진 옥스퍼드대 연구교수는 고령 인력을 반복 업무가 아닌 고객 상담 등 문제 해결 중심 역할에 배치한 ‘B&Q’, 45세 이상 직원의 경력 재설계를 지원한 ‘아비바(Aviva)’ 사례를 언급하며 “계속 고용의 성패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일(work)을 어떻게 재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철강업계 사례가 소개됐다. 이상훈 TCC스틸 이사는 “대다수 철강기업은 정년을 60세로 유지하고 퇴직 인력에 대해 계약직·촉탁직 방식으로 1년간 재고용하는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면서 “계속 고용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과와 역할에 기반을 둔 합리적 보상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집 논단에서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청년고용을 축소하고, 기업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키며 대·중소기업 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연공 중심 인사·임금 관행과 경직된 역할 분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인적자원(HR) 체계의 신속한 재설계가 요구된다”며 “정년 연장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제반 여건이 조성되는 추이를 보고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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